결성 25년을 눈 앞에 둔 최장수 록 밴드 사랑과 평화가 7년 만에 두 장짜리 새 음반을 냈다. 정규 음반으로는 일곱번째. 99년 최이철이 떠나고 새로 짠 멤버들로는 처음 만든 작품이다. 음반 제목 역시 '사랑과 평화'다.첫 장 '사랑'에는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 '어머님의 자장가' 등 70년대 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노래들과 이남이가 남긴 88년도 히트곡 '울고 싶어라' 등을 다시 불렀다. 최이철 이남이 등 역대 보컬들은 물론 김광민 한상원 등 밴드를 거쳐간 연주자들도 참여했다.
원년 보컬이었지만 대마초 때문에 92년에야 밴드로 돌아온 리더 이철호는 "절판된 1, 2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다시 만들었다. 추억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원곡의 틀을 깨지 않았지만 예전보다는 조금 기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CD '평화'에는 새 노래들을 담았다. 88년 3집 때부터 몸담고 있는 이병일(드럼)은 "다양하고 현대적인 느낌의 사랑과 평화를 맛볼 수 있는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70년대의 사랑과 평화가 펑키라는 새로운 장르를 소화하고 재해석하는데 주력했다면, 2000년대는 펑키를 축으로 음악적 지평이 넓어졌다. '나이트 피버' '쉬즈 루킹 굿' 등은 본령인 펑키에 충실하지만, '디어 베이비' '다시는 울지 않으리' 드라마 '어사 박문수'의 주제곡 '어허 그럼 안되지' 같은 곡들은 사랑과 평화의 현재를 느끼게 한다. 새 노래들은 꽤 신나고 흥겹다. 요즘 음악을 멀리 하지 않은 덕이기도 하고 쥬비 등 까마득한 후배들에게서 받은 곡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랑과 평화는 공연이 있든 없든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연습한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일 텐데 무슨 연습이 더 필요할까. "그렇지 않아요. 밴드에게 연습은 생활입니다. 아무리 눈빛이 통해도 손이 굳고 목이 풀리지 않는다면 소용없지요"라는 말이 노장의 준엄한 꾸짖음 같이 들린다. 새해부터는 전국을 돌며 연습으로 다진 실력이 무대에서 어떻게 빛을 발하는지 직접 보여줄 예정이다. "나이를 잊고 음악 하는 우리들처럼, 듣는 사람도 나이에 관계없이 열정을 느끼게 해줄 겁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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