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를 점심 시간에 미술관에서 한다?18일 낮 12시 30분 '누드(The Nude)' 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안국동 갤러리 사비나. 예금보험공사 보험관리부 직원 27명이 손에손에 도시락을 들고 이 미술관 큐레이터 이희정(29)씨의 작품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이 작품의 선은 너무 흐려… 잘 못 그린 거 아냐?" "작가의 의도지. 보는 사람에게 많은 상상력을 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닐까." 깔끔한 넥타이 정장 차림의 관객들은 한편으로 열심히 젓가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눈으로는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갤러리 사비나는 바쁜 직장인들, 개인 미술 애호가들이 김밥 샌드위치 등 간단한 점심을 들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11월 21일부터 매주 목요일 열고 있다. 문화 체험을 생활 속에 제공하자는 의도였다. 관람료는 점심값 포함 1만원(단체 10% 할인). 12시부터 40분 동안 전시 감상과 식사, 이후 1시까지 큐레이터와 궁금한 것에 대해 질의응답한다. 개관 후 늘 기발하고 도발적인 전시기획으로 화제를 모은 갤러리 사비나의 또 하나 아이디어였다.
한 달여밖에 안됐지만 입소문이 나자 개인 관객은 물론 단체 관람 문의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7차례 열린 프로그램에 쌍용화재, 김장리 법률사무소, (주)에프엠텍 등 다양한 단체 관람객들이 찾아왔다. 18일 행사는 당초 목요일이 아닌 수요일에 별도로 마련됐다.
예금보험공사 보험관리부 신재민(32)씨는 "연말 모임을 계획하다 이 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동료들에게 제안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허무하게 먹고 마시다 끝나는 모임보다는 훨씬 나은 실속 모임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세훈(30)씨는 "잊지 못할 송년 회식이다. 평소 오기 어려운 미술관에서 상사 험담이 아닌, 미술품을 주제로 동료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송년회, 일석삼조다"라고 말했다. 참가 문의 (02)736―4371, 2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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