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을 다시본다](11)경제 ②국유기업·금융업이 발목 잡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을 다시본다](11)경제 ②국유기업·금융업이 발목 잡는다

입력
2002.12.24 00:00
0 0

중국 경제는 과거 계획경제 시대의 후유증인 국유 기업과 금융 부문의 부실화로 인해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국유 기업의 지속적인 적자 경영과 이들 기업에 대한 국유상업은행의 무차별적인 정책금융이 누적된 결과 두 부문 모두에 엄청난 부실이 초래된 것이다. 국유 기업의 급속한 경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실대출에 발목이 잡힌 금융 부문은 경제의 혈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1998년 3월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3년 내에 적자 국유 기업 개혁을 완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과거 계획경제 체제에서 국유 기업은 중국 경제 전체를 의미했다. 하지만 개혁·개방으로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국유 기업은 적자 상태에서 은행 돈만 축내는 비효율의 상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 전체 국유 기업의 30∼40%가 적자 상태에 있다.■낙하산 인사·복지 부담이 부실 초래

국유 기업이 비효율적인 원인은 무엇보다 책임감 있는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의 일부 공기업에서 전문성 없는 사람이 낙하산식 인사로 임명되는 현상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소유주가 명확한 민영 기업이 성장 속도도 빠르고 효율성도 높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헌법 개정 등을 통해 국가 소유만이 아닌 다양한 소유제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국유 기업이 비효율적인 또 다른 이유는 기업이 정부를 대신해 종업원에 대한 사회복지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경영자가 임명되더라도 정부가 잉여노동자의 고용과 퇴직자 부양 책임을 기업에 강제한다면 기업은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 더욱이 공장 설비가 낙후돼 있고, 해당 산업 자체가 비교우위를 상실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국유 기업의 부실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면 부실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90년대 말부터 국유 기업의 잉여노동력을 방출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업의 사회복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를 대신 책임져야 하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재정적 능력이 부족하다. 경쟁력 없는 산업의 조정도 지지부진하다. 소형 탄광 폐쇄 등의 조치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중·대형 부실 기업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부실기업 문제의 해결은 중국의 전체 경제구조를 바꾸고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시장경제 시스템에 맞게 재조정해야 가능하다.

■노동집약 산업·서비스업 강화를

경제구조 개혁과 국유 기업 부실 청산의 동시적 해결을 위해 린이푸(林毅夫) 베이징(北京)대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시한다, 첫째, 노동집약적인 산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중국은 자본집약적인 산업보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비교우위가 있다. 하지만 과거 계획경제 시대 과도한 중공업 육성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이들 분야에 부실기업이 많이 발생하게 됐다.

둘째,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노동수요를 늘려야 한다. 중국 정부가 부실 국유 기업을 쉽게 파산시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업자의 갑작스런 증가를 염려해서다. 특성상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운수업, 요식업, 도시환경 정비업과 같은 서비스업은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는 스펀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국유 기업의 부실이 갖는 심각성을 고려하면 너무 장기적인 대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경제를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시켜야 할 과제와 함께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야 할 부담을 동시에 갖고 있다.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일시에 중단하고 그 자산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면 부실기업의 비중은 상당히 낮아지겠지만, 실업문제는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중국 지도부는 급격한 개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부실기업을 현수준에서 동결시키되, 경제발전은 지속시킴으로써 전체 경제에서 부실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소시키는 점진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지도부는 국유 기업 문제가 난치병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몰락을 가져올 불치병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책성 대출이 금융 부실 주범

국유기업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가 금융 기관의 부실화이다. 금융 기관이 부실해진 원인은 첫째, 중국 정부가 은행으로 하여금 적자 국유기업에 대출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가 정부예산을 대신해 금융기관의 자금으로 수익성이 낮은 공공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는 은행 자체의 비효율성보다는 은행과 정부 간 관계의 성격에 의해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현재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전체 대출금의 20% 정도지만 실제로는 40%가 넘는다는 추산도 있다. 상식적으로 특정 은행의 전체 자산 중 절반 정도가 회수 불가능한 대출금이라면 그 은행은 계속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 예금주들이 일시에 돈을 인출하려고 창구로 몰려들게 되고, 연쇄작용으로 전 금융권이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보증 때문이다. 중국의 예금주는 부실채권이 결국은 정부가 은행으로부터 꾼 돈일 뿐 아니라 정부가 은행의 생존을 보장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중앙정부도 재정 측면에서 부실채권 규모가 그리 위험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부실채권을 한번에 처리해 버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연간 국내총생산(GDP) 1% 정도의 추가적인 재정부담이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가 부실채권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99년 말 중국 정부는 자산관리회사를 설립, 96년 이전에 발생한 1조 3,000억 위안 규모의 부실채권을 은행권에서 분리시켰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은행권에는 1조 8,000억 위안의 부실채권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5년 만에 기존의 부실채권보다 더 큰 부실채권이 축적된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부실채권을 은행에서 떼내는 일보다 새로운 부실채권의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가 됐다.

새로운 부실채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권 스스로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보다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국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의 외부적인 조건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WTO 체제 하 양 부문 동시 개혁해야

중국 금융산업은 그 자체의 효율성 제고와 함께 경제 각 부분에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하는 '경제 혈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중국은 현재 4대 국유상업은행이 전체 예금액의 80% 이상을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은행 대출금의 80% 정도가 국유 기업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민영 기업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금융부문이 효율성 높은 민영 기업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중국의 국유 기업과 금융 부문은 상호 연계적인 개혁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의 적응을 동시적으로 이뤄나가야 한다. 국유 기업은 경제성장에 대한 역할을 민간 기업에 넘겨주고 보다 유연하게 자신을 개혁해야 한다. 금융 부문도 해법은 마찬가지다. 금융 부문은 현재의 취약한 상태로는 경제 각 부분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자신의 역할 중 일정 부분은 외국계 은행을 포함한 민간 금융기관에게 넘겨주고 자신의 효율성 개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최 의 현 (崔義炫) 대외경제정책硏 전문연구원

■차이나 핸드북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따라 상하이(上海)가 중국의 금융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다이샹룽(戴相龍) 인민은행장은 올 초 "상하이는 이미 사실상 중국의 금융 중심"이라고 말해 이 같은 기대에 힘을 실어 주었다.

상하이는 화동 경제권의 핵심이자 창장(長江)을 따라 뻗어갈 서부 대개발의 출발지로서 금융센터의 조건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금융면에서도 중국 유일의 포괄적인 상품선물시장을 비롯해 국내에서 가장 선진적인 금융시장이 가동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라 다른 도시에 있던 기존의 무역, 금융관련 업체가 상하이로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유동 자금량을 따지면 상하이는 베이징(北京)에 미치지 못한다. 1993년 건설이 시작된 베이징의 금융가(金融街)에 모인 자금은 중국 전체 금융자산의 50%가 넘는 13조 위안에 달한다. 일일 유동 자금량도 100억 위안이 넘어 금융가는 중국 최대의 화폐금융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베이징의 현실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금융 중심지로서 상하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중앙정부의 정경분리 정책과 무관치 않다. 중앙정부는 정치-경제의 미분리가 부패와 비효율의 원인이라는 판단 아래 정치 중심지는 베이징, 경제 중심지는 상하이로 상정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베이징은 금융 분야에 대한 의사결정과 감독 중심지 역할을 하고, 상하이는 실질적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상하이가 미국의 뉴욕과 같은 경제중심지로 자리잡게 되면 상하이의 핵심 푸둥(浦東)지구는 월스트리트 기능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