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악재의 부각과 수급불안이 갈길 바쁜 '1월 랠리'의 발목을 잡았다. 23일 거래소 지수는 미국 증시의 상승세 반전에도 불구, 대이라크전쟁 우려감이 고조되면서 18.06포인트(2.54%) 급락한 691.38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도 3일 연속 하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50선이 무너졌다. 달러화 약세와 유가 급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국제 금값 상승, 북한의 핵시설 봉인 제거 등 불안정한 해외변수들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연말 결산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이 시장 참여를 자제하는데다 개인과 외국인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다는 점도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조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악재 대선효과 압박
내년 1월 중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전통적으로 강세 패턴을 보인 '1월 효과' 기대감이 급속히 희석되고 있다.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진 횡보 또는 조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강하다.
중동 긴장에 따른 유가 급등이 기업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쟁이 해결되면 미국·북한의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달러화가 약세인데다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주가가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도 11월 말 이후 미국 증시의 탄력이 둔화했고 국제 유가와 금값이 급등하는 등 해외변수가 불안하며 북핵 파문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국내 증시가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예탁금 연중 최저치 근접
고객예탁금이 근로자주식저축 만기 등으로 줄고 있고 연말 결산을 앞둔 기관이 매매 규모를 줄이는 등 수급구조도 나빠지고 있다. 20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8조5,535억원으로, 연중 최저치인 10월 5일의 8조1,509억원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예탁금 인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급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연말 결산이 맞물려 기관의 주식매매 규모도 지난달에 비해 30% 가량 줄었다. 기관들이 9월 이후 집중적인 순매도(1조5,200억원)에도 불구, 연간 기준으론 여전히 7,000억원 가량의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는 점도 추가매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크리스마스 휴가철을 앞두고 외국인의 주문량도 크게 줄고 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많은 외국인과 국내 투자가들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휴가를 떠나고 있어 수급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전쟁변수 등이 제거되기 전까진 약세장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내년 2분기 대비 매수 유효
전문가들은 지수가 700선 아래로 내려올 경우 우량주를 저점 매수하는 중장기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이라크전 등은 단기 악재에 그칠 가능성이 큰 반면, 대선이라는 불확실성 제거와 미국의 경기지표 호전 등은 중장기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김성노 투자전략팀장은 "연말을 맞아 기관과 외국인이 소극적인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증시 전망은 양호하다"면서 "이라크전이 단기에 끝날 가능성이 높은데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 외국인도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1999년엔 주식, 2000년과 2001년엔 채권, 2002년엔 부동산의 수익률이 높았다"며 "내년엔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13.7%)이 채권(6.6%)과 부동산(4.9%)의 수익률을 압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도 "내년 2분기부터 시장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투자자라면 조정국면을 매수기회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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