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출산율이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최소 2.1명이 돼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3명으로 미국의 2.06명, 프랑스의 1.75명 보다 낮다. 인구가 부족해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는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출산율 급락에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열악한 분만환경도 이유중 하나다.
출산 현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임신과 분만을 기피하는 원인은 진통과 출산에 대한 공포다. 특히 아이를 하나만 낳은 후 단산(斷産)수술을 위해 찾아오는 여성들은 "진통과 분만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들이 고통이 두려운 나머지 제왕절개술을 선택하면서 우리 나라는 세계 최고의 제왕절개수술 국가가 됐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기 위해서는 분만환경의 개선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분만실 환경을 보면 외국에 비해 열악하기 그지없다. 낮은 의료보험수가로 인해 산부인과 개원의의 약 30%가 분만을 포기하고 있다. 그래도 분만을 하는 병·의원들은 나름대로 병원 손익에 맞추다 보니 출산시설 등 전반적인 분만환경의 개선은 꿈도 꿀 수 없다.
분만현장은 자신의 집처럼 포근한 분위기여야 하며, 가족들의 참여가 스스럼없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음악이 필요하다면 들려주어야 하고, 조명도 수술실의 밝은 빛이 아닌, 은은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바꾸어야 한다.
사회적 제약들을 개선하여 임부들이 원하는 이러한 부드러운 분만환경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직된 의료보험제도가 그 선택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분만실이 여성들에게 새 생명이 품위있게 태어나는 온 가족의 '축제의 장'이 될 때 우리 나라의 여성 출산율은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박 문 일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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