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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그 영욕의 어제와 오늘 / 대림미술관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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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그 영욕의 어제와 오늘 / 대림미술관 사진전

입력
200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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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욕망으로 충만한, 그리고 모든 악덕과 미덕을 향해 활짝 열려있었던 불확실한 장래의 젊은 처녀 같았던 도시. 갈가리 찢겨지고 얻어맞고 능욕당하고, 결국엔 굴복하고 체념하여 순종하였던 도시. 한때 과대망상증이라는 병에 사로잡혔던 도시. 그리고 지금은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서고 있는 현기증 나는 도시."서울인가? 아니 독일의 베를린이다. 마치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말하는 것 같은 이 묘사는 동독 출신의 작가 브로블레브스키가 쓴 베를린 이야기다. 사진 전문 대림미술관이 내년 2월 23일까지 여는 '베를린, 도시의 변화, 사진전'은 그가 비유한 베를린의 모습을 122장의 생생한 작품사진으로 보여준다. 그 모습에서, 이전이 거론되고 있는 한국의 수도 서울의 현실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독일 작가 3명과 프랑스 작가 5명이 찍은 사진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도시인 베를린의 구석구석을 예술가의 카메라로 잡아냈다. 모두 기록적인 사진이지만 굳이 다큐멘터리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거대한 캔버스에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회화 같기도 하고, 고고학적 진실을 보여주는 벽화 같기도 하다.

독일 작가 슈테펠린은 통독 이후 파괴와 건설이 병행되고 있는 이 도시의 모습을 '베롤리나 호텔의 철거 작업' '포츠담 광장의 건설작업' 등 작품에서 생생한 연대기적 기록으로 보여준다. 프랑스 작가 쌀몽은 베를린이 분단되면서 두 배로 증가했던 오페라, 극장이 통일되면서 포화상태로 반 너머 문을 닫아야 했던 문화적 현실을 주제로 삼아 '기억'이라는 측면에서 그 장소들을 기록한다. 'STOP' 표지판 너머로 옛 베를린 검문소 자리에 벌어지고 있는 어수선한 공사판을 찍은 프랑스 작가 꾸뛰리에의 사진 등, 이들이 '세계의 바빌론'으로 불리는 베를린의 모습을 통해 공통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은 역사와 도시의 문제다. (02)720―0667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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