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치가 최고조에 달하면 대화의 길이 열릴 것인가, 군사적 대결로 귀결될 것인가. 북한은 미국이 대화에 응할 때까지 핵 동결 해제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태도이고,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넘어가 대화를 시작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루이 핀터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북한의 영변 폐연료봉 저장시설 봉인 제거로 한층 '중대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경고했다. 핀터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이 동결된 핵 시설을 재개하지 않도록 촉구한다"며 "북한과 거래를 하거나 유인책을 제공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는 제쳐둔 채 한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우회적인 방법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북 핵 문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이사회를 거쳐 유엔 안보리에 상정해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도 미국이 생각하는 외교적 압박책의 하나다.
미 정부는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할 때까지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쉽게 바꿀 태세가 아니다. 하지만 강경책이 북한의 핵 포기 선언을 끌어내는 데 과연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도 의회와 학계, 연구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빌 클린턴 정부 때인 1994년 제네바 핵 합의를 끌어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장은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조지 W 부시 정부는 대화 거부라는 철학에 매달려 스스로 곤경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의회로부터도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처드 루가 차기 상원외교위원장 내정자는 CNN과의 회견에서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긴장을 가라앉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의 봉인 제거로 부시 정부는 협상이냐, 군사적 대결이냐의 선택을 더욱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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