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보고서에 대한 유엔의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은 전쟁에 대비한 추가 파병과 군사 훈련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미국은 개전에 대비, 내년 1월 초순까지 5만 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해 현재 6만 5,000명 수준인 걸프 지역 주둔 미군 규모를 두 배 가까이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의 개전 의지
미 언론들은 2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미 추가 파병을 승인했으며, 1∼2주 안에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공식 승인이 날 것이라고 국방부 고위관리를 인용, 보도했다. 이 관리는 이번 파병에는 수만 명의 예비군 병력이 포함되며, 병력 배치가 완료되면 부시 대통령은 1월 하순이나 2월 초순에 이라크 군사작전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도 추가 파병 사실을 확인하고, 이는 이라크와의 대치 상황에서 외교력을 강화하고 사담 후세인 정권으로 하여금 미국의 선택을 확실히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한 4자 회담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보고서에 대해 "무장해제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거리가 멀다"고 밝히고 "평화적으로 무장해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동맹세력을 이끌고 이라크로부터 대량살상무기를 박탈할 것"이라고 개전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은 이어 21, 22일 이틀 간 이라크에 인접한 쿠웨이트에서 걸프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으로 무력을 과시했다. 미군 제2여단과 제3보병사단 병력은 이라크 국경에서 수㎞ 떨어진 사막에서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제3보병사단 사령관인 뷰퍼드 블라운트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훈련은 걸프전 이후 최대 규모"라면서 "개전과 관련한 현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전 시 이라크에 진입하는 첫 부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2여단 병력들은 이라크 내 참호와 지뢰밭과 유사한 목표물을 대상으로 진격 훈련을 실시했다. 제2여단은 걸프 지역 주둔 미군 부대 가운데 최대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군과 영국군은 개전 시 1단계로 이라크 남부에 상륙작전을 전개, 바스라를 공격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22일 보도했다.
■무력 사용을 위한 외교 노력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함께 이라크가 유엔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을 했다고 선언하고 무력 사용을 승인하도록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을 설득하는 외교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외무장관을 연쇄적으로 만나 설득작업을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곧 유엔 무기사찰단에 첩보위성 등을 통해 수집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이며 이미 이를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정보들에는 생화학무기 생산 시설 소재지에 대한 정교한 위성 사진, 유용한 정보를 갖고 있는 이라크 과학자 명단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같은 정보 제공이 이라크를 계속 압박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정보가 이라크측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유엔 사찰 요원들이 현장에 있을 때 제공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라크는 자신들이 어떻게 하든 미국은 전쟁을 선언할 것이라며 미 정부를 비난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21일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고위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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