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칼 로브가 지휘한 쿠데타.'뉴욕 타임스는 22일 인종 격리주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미시시피주)의원의 상원 대표직 사임과 차기 상원 대표를 승계할 빌 프리스트(테네시주) 의원의 부상 과정에서 보인 백악관의 보이지 않은 작용을 조용한 쿠데타에 비유했다.그 쿠데타의 전리품은 의회에 대한 백악관의 절대적 우위이다. 이 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정치 고문 칼 로브는 워싱턴의 정치적 평형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적어도 지난 한 세대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백악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20일 사임을 발표한 로트 의원의 뒤를 이어 내년 1월 개원하는 제108대 의회에서 상원 다수당 대표직을 차지할 것이 유력시되는 프리스트 의원은 부시 대통령과는 절친한 사이다. 그는 16일 "공화당 동료의원들과 나는 무엇이 상원과 이 나라를 위해 최선의 이익이 되는지를 결정하는 데 관여하고 있다"고 말해 풍전등화의 신세인 로트 의원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로트 의원은 5일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의 생일 파티에서 인종격리 정책을 내걸고 1948년 대통령에 출마했던 서먼드 의원이 당시 당선했더라면 미국이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 발언을 공개 비난함으로써 사과 성명 발표 등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로트 의원의 바람막이 역할을 포기했다. 여기에는 2004년 대선 때 공화당이 지금까지 애써 쌓아놓은 유색인종 표가 달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있었다.
미국 대형병원체인 HCA 설립자의 아들로, 심장 전문의 출신인 프로스트 의원은 1994년 상원의원에 진출한 뒤 재선에 성공했다. 의회내 의료·건강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온정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외과 의사의 미묘한 손가락들이 다른 의원의 등을 때리고, 팔을 비틀고, 손을 붙잡는 등 상원의 뒤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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