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우려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시설 감시 장비를 제거함에 따라 북한 핵사찰을 담당해왔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비상이 걸렸다. IAEA는 북한의 진의 파악과 함께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 조치 강구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극단적인 대결 구도로 치닫는 북한의 일방적인 행동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IAEA는 이번 조치로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IAEA에 따르면 북한은 5㎿급 흑연감속로 1기의 봉인 대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핵 관련 시설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의 방향을 돌려놓거나 카메라에 덮개를 씌워 감시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IAEA가 제네바 합의의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전력 생산을 위해 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북한의 의도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이에 따라 그동안 IAEA는 핵 동결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특별사찰 활동을 평화적 핵 이용을 감시하기 위한 통상적 사찰 체제로 돌려놓기 위해 전문가회의를 제의하는 등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북한은 IAEA의 이같은 노력을 끝내 외면했다. IAEA는 북한이 이번 조치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안전조치협정 의무 자체를 위반했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핵물질을 핵무기 제조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데 필수적인 봉인 작업과 감시카메라 작동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 제조와 직결되는 8,000여 개에 이르는 폐연료봉의 봉인에 손 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IAEA로서는 선택의 폭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우선 IAEA는 필요한 안전 조치들이 제대로 시행되기 전까지는 원자로를 가동하지 말도록 북한측에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IAEA는 자체 이사회를 거쳐 유엔 안보리와 총회 등에 이 사실을 보고, 국제사회 차원의 경제·외교적 압박 등 실질적인 제재에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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