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개혁성향 의원 23명이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정치개혁을 주장한 것은 노무현 시대를 열어준 국민의 변화 요구를 반영한 당연한 귀결이다. 이들은 회견에서 "노 후보의 당선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아니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해온 낡은 정치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국민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은 게 아니라,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제시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고 투표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진단은 옳다고 본다. 민주당은 국민경선을 통해 뽑은 후보를 흔들어대는 과정에서 정당정치를 퇴보시켰고, 한나라당은 오로지 승리만을 위한 대세몰이와 무차별 폭로 등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16대 대선 투표율이 5년전의 15대에 비해 10%나 떨어졌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들의 주장에는 정치혐오가 가져올 위기감을 극복, 2년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자는 생존 전략이 깔려 있고, 인적쇄신을 통한 당내 헤게모니 장악을 노린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치개혁이야말로 모든 개혁의 출발이며, 대선에 나선 모든 후보가 이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최우선적인 과제라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대통령 취임 전에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다짐했던 노 당선자는 "(개혁성향 의원들의 행동을) 사전에 상의받았지만, 합의해 주거나 동의하진 않았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당의 개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도 이 후보의 정계은퇴 후,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중앙당 해체 등 파격적인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16대 대선이 주는 메시지가 자기개혁을 거부하거나 소홀히 할 경우 도태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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