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찬회동에서 나눌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동은 향후 2개월 동안 신·구 정권 간 인수인계를 위한 첫 공식 만남인 데다 북한 핵 문제와 한미관계, 당 개혁 등 당면 현안문제도 쌓여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대선 기간 중 노고를 치하하고 축하인사를 나누는 상견례 자리가 될 것"이라며 지나친 의미부여는 경계했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은 임기 동안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 정권 인계 절차를 순조롭게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핵 봉인 해제 등 돌발상황이 많아 단순히 덕담을 나누는 차원이 아니라 당면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협의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은 "노 당선자가 1시간 30여분 간 식사를 함께 하며 정권인수 문제와 국정 중요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20일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의 축하 방문을 받고 "(김 대통령의) 말씀을 많이 듣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따라서 북핵 문제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문제, 선거 후 국민통합 방안, 경제 문제 등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노 당선자가 오찬회동 뒤 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통일특보와 임성준(任晟準)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대북·대미 관계에 대한 상황보고를 받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국정 책임자로서 당면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다. 노 당선자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대미·대북관계에서 현 정부의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고 김 대통령도 22일 "5년간 국정경험을 전수하고 통치자료도 다 넘길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선거 기간 밝힌 실정·비리 관련 인사에 대한 책임추궁과 신당창당 공약을 놓고 미묘한 기류가 흐를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DJ정권과의 단절론이나 책임추궁론은 선거 과정에서 나온 얘기일 뿐 선거 후 연장될 일은 아니다"며 반대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회동에서 껄끄러운 신당 창당문제 등은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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