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20일 정계를 떠나며 "진정한 개혁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고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깊은 회한(悔恨)이자 선거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이기도 해 많은 이에게 뭉클함을 남겼다. 그는 이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게 평생의 소원이었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나라다운 나라'는 그만이 아닌 국민 모두의 꿈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5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국민의 선택을 받는 데 실패했다.한나라당은 22일 대선이후 첫 확대당직자회의를 여는 등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로모색을 시작했다. 당권경쟁과 맞물린 선거 책임론과 전자개표가 부정확한 만큼 재개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당 쇄신주장이 있긴 했지만 관심을 끌진 못했다. 대변인의 회의결과 발표도 "개표와 관련해 국민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데 모아졌다. 내 탓 보다는 네 탓으로 돌리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한나라당의 절박함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뼈저린 자기 반성은 도외시한 채 외부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한나라당의 첫 해법은 많은 우려를 남긴다.
이 후보는 정계은퇴를 밝히며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국가안정 및 경제안정을 이루는 파수꾼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도덕적 재무장과 자기혁신을 해달라"고 당의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 새로운 당을 꼭 만들어 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다. 한나라당이 150석의 거대의석, 지방선거와 8·8 재보선 압승 등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 실패한 것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회견을 지켜보던 한 초선 의원은 "상대가 낡은 정치 청산과 세대교체를 외치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동안 우리는 기득권 수호와 지역주의란 낡은 그물만 던졌다"고 자조했다. 한나라당이 찾으려는 재기의 묘수는 바로 '국민에게 다가가라'는 이 후보의 평범한 말 속에 숨어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이동국 정치부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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