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정계 은퇴는 두 당 모두의 주류세력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세대 대결의 산물이었고, 사회를 움직이는 주류의 파워가 급격 이동한 결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이는 신(新)주류 권력형성으로 이어지리라는 관측이다.■신주류 형성의 원인과 배경
민주당의 경우 노 당선자가 기존 주류 출신이 아니고 주류의 도움도 받지 않은 '독립군'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움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부채도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오히려 후보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노 당선자와 당내 세력·그룹간의 정치적 원근(遠近)이 뚜렷해졌다. 이 거리감은 차기 정권 내 주류·비주류의 간극으로 이어질 소지가 충분하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퇴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이회창 단일세력'이었다. 그러나 이제 구심점이 사라짐으로써 권력 공동화가 초래됐다. 새 권력 다툼에서 당권을 잡는 측은 신주류, 반대측은 비주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떠오르는 노 사단, 지는 동교동
민주당의 역학 구도는 대선 전과 후가 극명히 대비된다. 대선전 민주당의 주류는 범동교동계였다.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당의 중심을 유지하는 등 DJ의 영향을 받는 범동교동계가 당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최고위원단으로 보면 한 대표를 비롯, 박상천(朴相千) 이협(李協) 정균환(鄭均桓) 최고위원 등이 노 후보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해 왔다.
노 당선자는 선대위를 중심으로 자신의 세를 키워 왔다. 지도부에선 김원기(金元基) 김상현(金相賢) 정대철(鄭大哲) 조순형(趙舜衡) 정동영(鄭東泳) 의원과 추미애(秋美愛)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범동교동계지만 선거 과정서 노 당선자에 적극 협력한 한광옥(韓光玉) 문희상(文喜相) 이용희(李龍熙)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도 노 당선자의 우산아래 편입됐다. 일반 의원들로는 선대위에 적극 참여했던 이상수(李相洙) 임채정(林采正) 이해찬(李海瓚) 천정배(千正培) 김경재(金景梓) 신계륜(申溪輪) 이낙연(李洛淵) 이재정(李在禎) 이호웅(李浩雄) 의원 등 30여명이 '노 사단'으로 분류된다. 노 당선자 측근 그룹이 명실상부한 신주류로 착근하기 위해선 우선 민주당, 또는 그 후신인 새 여당의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차지해야 한다. 이어 2004년 17대 총선에서의 '물갈이' 내용과 폭도 중요하다.
■한나라 신주류, 세대냐 지역이냐
이회창 후보가 물러난 뒤 한나라당은 세대, 지역별로 분화하는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세대와 지역, 두 요인 중 어느 것이 주가 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 신주류의 구성과 색채가 달라질 수 있다.
당장 부각돼 있는 것은 소장파 의원들의 '리더십 세대 교체' 주장이다. 이것이 관철되면 한나라당의 신주류는 세대면에서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질 여지가 많다. 30∼50대 청·장년층이 한나라당의 주축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역학 구도가 지역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이 되면 한나라당의 뿌리랄 수 있는 영남권이 신주류의 핵으로 자리잡게 될 공산이 크다. 여기엔 또 경선이후 선거를 이끌면서 구축해온 서청원(徐淸源) 대표의 잠재력도 버티고 있다. 현재의 최고위원단 중 자생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이들은 박희태(朴熺太) 김진재(金鎭載) 강재섭(姜在涉) 최고위원 등 PK·TK 출신들이다. 내년 1월말 또는 2월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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