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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현 대통령 당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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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현 대통령 당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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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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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19일 밤, 거리에서 열광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회원들의 얼굴에는 '영웅'을 만들어 냈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들의 영웅은 초능력으로 군림한 메시아가 아니라 약점과 강점이 함께 두드러지는 보통 사람이다. 노사모는 노무현이란 정치인이 너무나 '바보'처럼 보여서 그를 성원하기 위해 모였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가입한 회원이 7만여명에 이르렀다니 약삭빠른 세상에서 '바보'의 호소력이 그만큼 컸다는 소리다.그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바보'는 이해관계보다 원칙과 이상을 중시하여 손해를 보더라도 자기생각을 꺾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된 후 돈 좀 벌만하자 재야운동에 뛰어들었다.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선택하는 길마다 험한 길이었다. 그가 지역감정 타파를 외치며 민주당 후보로 부산에서 출마하여 낙선을 거듭하는 동안 노사모가 생겼다.

노사모의 영웅이 이 나라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가난과 역경에 굴하지 않는 꿈과 용기로 마침내 대통령이 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성공할 수 있느냐는 시험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대선기간 중 김대중 정부의 실정을 맹렬하게 공격하면서 부패정권 심판을 외쳤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 대한 염증이 팽배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유권자들은 낡은 정치 청산이라는 노무현 후보의 주장에 마음이 움직였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안정보다 변화를 갈망했다.

한나라당은 야당이지만 이 사회의 주류가 주축이 된 집단이고, 주류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번 투표에서 나타난 민심이다. 이 정부의 실정뿐 아니라 한나라당 역시 청산돼야 할 낡은 정치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노무현 당선자는 주류의 아들이 아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상고를 졸업한 것이 그의 최종 학력이다. 그의 아내 권양숙씨는 좌익활동을 하다 옥사한 부친 때문에 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일하면서 다니던 야간고교마저 중퇴해야 했다. 88년 정치에 뛰어든 후에도 노무현은 항상 비주류였다.

한국인들이 선택한 21세기의 첫 지도자가 비주류에서 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으로 자신을 갖게 된 국민들이 기존의 권위보다는 본질을 중요시하게 됐다는 증거다. 부역자의 딸이 어떻게 청와대 안주인이 될 수 있느냐는 공격은 '병풍'보다 영향력이 약했다. 냉전구도가 붕괴했다 하더라도 상상 못했던 변화다. 노무현 당선자는 이처럼 무섭게 변한 국민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 그를 당선시킨 유권자들은 이제 그에게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는 압력을 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대통령도 지지자들도 변화의 욕구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변화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제 그는 변화와 개혁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개혁, 자기 주변의 개혁이 앞서야 한다. 오랜 야당 생활을 통해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에 비해 그는 자유로운 입장이다. 민주당에도 큰 부담이 없고 학연이나 지연에서도 자유롭다. 호남에서 압도적인 몰표를 얻었지만 지역주의 극복만이 그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어떤 사람들로 팀을 구성할 것인가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그는 이 첫번째 관문을 잘 통과해야 한다. 일제 청산을 외치며 친일파를 중용했던 역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개혁적인 인물들로 팀을 짜서 항상 토론하고 많은 의견을 경청하면서 경험부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해나가야 한다. 경험부족보다 더 무서운 것은 비민주적인 국가경영, 터무니없는 자기과신이라는 것을 우리는 여러 번 경험했다.

노무현 당선자는 56년에 걸친 생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자세로 일관하여 오늘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이제 그는 개인의 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다. 용기 도전 꿈 사고방식 행동 등이 개인 노무현을 떠나 국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년 2월이면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여 한국이라는 배를 이끌고 세계라는 망망대해를 헤쳐나가야 한다. 자신이 왜 이 시점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는가 라는 의미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기 바란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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