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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문화계 결산] (3)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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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문화계 결산] (3) 연극

입력
200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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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한 한 해였다. '오페라의 유령' 후폭풍으로 여름 시즌만 해도 여느 해의 두 배인 약 20편의 크고 작은 뮤지컬이 올라간 반면, 대학로의 가난한 연극은 상대적 빈곤과 위축감에 더욱 시달려야 했다. 이런 와중에 비중있는 희곡상인 삼성문학상이 폐지되고 언론사 연극상도 없어진 데가 많아 연극인들을 낙담하게 만들고 있다.뮤지컬 안에서도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유린 타운' '포비든 플래닛' 등 수입·번역물은 승승장구한 반면 다시 손질해 올린 창작뮤지컬 '블루사이공'은 고전했으며 '명성황후' 제작팀이 내놓은 대형 신작 '몽유도원도' 역시 관객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사대주의 혹은 연극의 위기로 비치기도 하지만, 관객의 안목이 그만큼 높아져 좋은 작품을 요구하는 압력도 커졌음을 반증, 무대 예술가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1년 내내 꾸준히 사랑받은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비롯해 상반기 화제작인 '하륵 이야기'와 극단 '이발사 박봉구', 하반기 들어 매진 사례를 빚은 '거기' '인류 최초의 키스' 등을 꼽을 수 있다.

해외 연극은 러시아와 동구에서 주로 왔다. '마라와 사드' '라이트모티브' '불의 가면' '검은 수사' '오텔로' '신곡' 등은 신선한 예술적 충격을 던지며 한국 연극의 좌표를 돌아보게 했다.

'갬블러'가 일본에서, '지하철 1호선'이 독일에서 성공을 거둔 뮤지컬 역수출은 올해의 수확 중 하나다. '지하철 1호선'은 새해 3월의 유명한 홍콩예술제에 초청받는 경사까지 겹쳤다.

한일 공동 월드컵에 맞춰 양국 연극 교류도 활발했다. 한일공연예술제를 비롯해 국립극단이 올린 '강 건너 저편에' 등 여러 편의 합작공연이 있었고, 한일연극교류협회가 정식 발족했다.

IMF 이후 공연계에 긴급수혈된 국고와 서울시 등의 무대공연 지원금은 올해도 연극 동네의 가장 큰 돈줄이 됐다. 그러나 그 바람에 돈 나올 때만 바라고 꼼짝 않는 '거지 근성'이 생겼다는 반성도 커지고 있어 운영을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공연계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뮤지컬 프로듀서 설도윤(43)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국내 뮤지컬 사상 최대 제작비(110억원), 최장기 공연(6월 31일까지 7개월), 최고 흥행(총 매출 192억원, 총 관람객 24만명)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2월 초 뉴욕에서 막을 올린 유명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의 뮤지컬 '라보엠'의 제작에 참여해 브로드웨이의 한국인 프로듀서 1호로 데뷔했다. '라보엠'은 비평가들의 찬사 속에 순항 중이다.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가져온 비언어 퍼포먼스 '델라구아다'도 7월부터 전용극장에서 공연 중이며 내년 아시아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는 1991년 '재즈' 이후 창작 또는 수입 뮤지컬 10편을 제작했다. 그중 1995년작 '사랑은 비를 타고'는 국내 창작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올해 1,000회 공연을 돌파했다. 그동안 영세성을 면치 못하던 한국 뮤지컬은 전문 프로듀서인 그의 등장으로 대규모 자본과 기획력이 결합하는 산업화 시대를 열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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