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성장 클리닉이나, 키 크는 약 등을 찾는 어린이와 부모들이 많다. 특히 부모들은 키가 작은 자녀가 심리적으로 위축될까봐 우려하면서 인터넷 등에서 난무하는 '키 크는 비법'을 열심히 익히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어떤 경우 클리닉을 찾아야 하는지 전문의 3명의 의견을 들어보았다.-얼마나 키가 작을 때 병원 치료가 필요한가.
같은 나이, 같은 성별 중 3% 이내로 키가 작으면 병원 진단이 필요한 저신장증에 속한다. 통상 50명이 있는 반에서 키가 1∼2번째로 작고, 부모 중 한쪽이라도 키가 작으며, 10∼12세 사춘기 전까지 한해 4㎝ 이하로 자랄 때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병원에서는 부모의 키를 이용한 성장잠재력, 갑상선 등 호르몬검사, 손목 X선 촬영을 통한 뼈 나이 측정, 염색체 검사 등을 통해 저신장증을 진단한다.
-작은 키는 유전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분명히 부모의 키가 참조치가 된다. 조사에 따라 유전적 영향이 40∼70%라는 의견이 있다.어쨌든 저신장증의 10%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유전질환 등에 의한 것이다. 후천적으로는 영양, 인슐린 분비, 갑상성 호르몬, 빈혈, 심장병 등이 영향을 미친다. 결국 키는 두 가지의 상호작용으로 봐야 한다.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성장치료는 무엇인가.
성장호르몬 치료가 유일하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유용한 대상은 뇌하수체 이상으로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아이, 여성에게만 있는 유전질환인 터너증후군, 만성 신부전증인 경우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만 하면 평균치 신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성장호르몬만 맞으면 누구나 키가 클 수 있는 것인가.
잘못된 생각이다. 유전적으로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 키가 큰다는 확증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일부 긍정적 견해도 있으나 위 경우에 비해 효과가 현저하게 낮다. 1년에 1,000만∼1,500만원이나 하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불확실한 치료에 기댈 필요는 없다.
-성장호르몬은 언제, 얼마나 맞아야 하나.
성장호르몬 치료가 유용한 대상이라도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거의 없다. 남아는 11∼12세, 여아는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남아는 16,17세, 여아는 14세) 전까지 수년간 꾸준히 맞으면 성인이 됐을 때 평균치 만큼 클 수 있다. 호르몬 치료는 5세부터 가능하다. 그러므로 자녀가 5세가 되기까지 매년 얼마나 자라는지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키 크는 약, 성장호르몬이 포함됐다고 하는 영양제, 스트레칭 운동기구 등이 많이 팔리고 있는데.
시중에서 팔리는 '키 크는 약'이란 건강보조식품이다. 비타민제와 같은 영양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먹어서 효과를 내는 성장호르몬은 없다. 또 꾸준히 운동을 해 성장판을 자극하는 것은 도움이 되겠지만 잡아당겨서 늘리는 것의 효과는 일시적이다.
-성장판이 완전히 닫힌 성인도 키가 클 수 있나.
호르몬치료도 효과가 없다. 자세를 바로잡는 체형교정으로 1∼2㎝ 정도 클 수는 있지만 일시적인 것이다. 뼈를 부러뜨려 늘리는 수술(사지연장술)이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권유되는 방법은 아니다.
/도움말 김덕희(세브란스병원) 양세원(서울대병원) 진동규(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