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16대 대선에서 패배함에 따라 지난 1년여 동안 한나라당에 입당하거나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주요 정치인들의 위상이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레이스 와중에 '배신자' '변절자'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한나라당으로 말을 갈아 탄 국회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우선 대선 직전 민주당과의 공조를 파기한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가장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이 입은 정치적 상처도 치유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에서 노 당선자와 후보경선에서 경합을 벌이다 도중하차한 뒤 자민련에 입당한 그는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만류에도 불구, 이 후보 지원활동에 나섰다가 낭패를 봤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논산 개표결과 이 후보의 득표율이 노 후보에게 28.1% 포인트나 뒤진 것으로 나타나 이미지를 구겼다.
민주당에서 고위당직이나 장관을 지낸 뒤 대선 직전에 한나라에 입당한 김원길(金元吉) 박상규(朴尙奎)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명분과 정치적 실리를 한꺼번에 잃었다는 평이다. 불과 4개월 사이에 민주당―정몽준캠프―자민련으로 옮긴 안동선(安東善) 의원도 정치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철새 정치인 논란 속에 한나라당에 입당한 원유철(元裕哲) 이근진(李根鎭) 김윤식(金允式) 강성구(姜成求·이상 전 민주당 소속), 김용환(金龍煥) 강창희(姜昌熙) 이완구(李完九) 이재선(李在善) 이양희(李良熙) 함석재(咸錫宰·이상 전 자민련 소속) 의원 등도 '빗나간 선택'으로 쓴 맛을 보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막판까지 중립을 고수, 그나마 상처는 덜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과정에서 부각된 '낡은 정치 청산론' 등의 영향으로 적지않은 손해가 불가피하다. 탈당 후 한나라당에 복당한 박근혜(朴槿惠) 의원이나 민국당 당적을 갖고 DJ 정부의 외교통상장관까지 지냈다가 한나라당에 입당한 한승수(韓昇洙) 의원의 손익계산서는 마이너스로 보인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박태준(朴泰俊) 전 국무총리, 김윤환(金潤煥) 전 민국당대표 등 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킹 메이커'를 자처했던 원로급 정치인들도 충격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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