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나면서 사안의 특성상 대선 이후로 수사가 미뤄진 정치적 사건의 처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20일 '원칙에 입각한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정치권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데다 자칫 '보복수사'로 비쳐질 가능성도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한나라당이 선거기간 중 폭로해 초반 정국을 달구었던 '국정원 도청의혹' 사건은 민주당, 국정원, 시민단체 등이 서로 엉켜 맞고소·고발한 대표적 정치적 사건. 당시 검찰은 "선거에 영향을 준다"며 참고인 소환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수사를 피했다. 검찰 관계자는 "진실규명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동안 휴대폰 도청 가능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해왔으나 수사 속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한인옥(韓仁玉)씨 10억원 수수 의혹'과 '현대 4,000억원 대북지원 의혹' 사건 등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는 '뜨거운 감자'다. 섣불리 '칼'을 들이댔다가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에 대한 보복수사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
선거 막판 불거진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의혹' 사건은 일부 여권 인사에게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지만 본격 수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을 벌였으나 물증이 드러나지 않는 등 내사 종결한 사건으로 추가 수사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익치(李益治)씨가 폭로한 '정 의원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이씨의 정 의원 고소사건 역시 1999년 수사 당시 정 의원에 대한 무혐의 결론이 난 점 등을 이유로 본격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승현(陳承鉉)씨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 사건은 최근 법원이 체포영장까지 발부한터라 더 이상 수사를 미룰 수 없는 상황. 검찰 관계자는 "김 의원이 자진출두를 약속했으므로 기다려보겠다"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당선자가 선거 기간 현 정권을 포함한 부정부패 척결을 약속한 점 등을 들어 이들 사건 역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노 당선자측으로부터 '특별한 메시지'가 전달될 경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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