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20일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두 번째 도전에서 실패하면 물러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더불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진일보한 선거문화를 만들어 냈고 그리고 그 선거결과에 승복한 이 후보 역시 우리 정치발전에 기여한 점이 적지 않다. 정계를 떠난 그의 향후 생활에 축복이 있기를 빈다.이 후보의 정계은퇴는 두 말할 것도 없이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동시에 잇달아 집권에 실패한 한나라당은 자기혁신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았다. 비록 근소한 표차이지만 한나라당의 패배는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사회 각 분야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은 이런 변화를 수용해 내지 못했다. 낡은 정치의 틀에 안주한 결과가 오늘의 참패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진로설정은 우선 이번 선거에 담긴 민의를 읽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당내에 있는 과거 민주주의를 억압하던 권력 주변 인사들에 대해 국민은 고개를 돌렸고, 부정부패를 파헤친다는 명분 아래 끝없이 정쟁을 야기하는 것에 국민은 싫증 냈으며, 세 불리기 한다며 철새정치인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인 것에 국민은 절망했다. 이제는 정치권도 국민에게 멋있고 근사한 감동을 주지 않고는 지지를 얻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아직도 선거패배의 원인을 자기자신이 아니라 외부에서 찾고 있다면 한나라당은 당분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가 힘들다. 벌써부터 '국민적 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을 운위하는 것도 어딘지 미덥지 못하다. 의혹사건을 밝히려면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 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면 될 것일 뿐, 정치공세 차원의 행동은 스스로의 족쇄가 될 뿐이다. 노 대통령당선자가 국정의 기조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선언한 이상 다수 야당인 한나라당도 국정의 카운터 파트로서 이에 걸맞는 자세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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