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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 / 한반도 전문가 10人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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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 / 한반도 전문가 10人 논평

입력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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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성향을 '민족주의자'로 규정했고, 노 후보의 당선을 한국 정치의 대 지각 변동으로 해석했다. 또 노 후보 당선 이후 한미 관계가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노 당선자가 대미 관계에서 좋은 조언자를 구한 뒤 미국과 새 대북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면 한미 양국이 북한 핵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 대사

노무현 당선자가 한미 관계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미국이 이해할 수 있는 조언자들을 정하는 것이다. 그 후 새로운 대북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노 당선자가 대북 정책을 긴밀히 조율할 경우 한미 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없앨 수 있다.

한미 양국은 모두 북한의 경제 개혁을 원하고, 대량살상무기(WMD)가 제거돼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문제는 그 방법론인데 미국은 북한과의 경제적 문제는 전적으로 한국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새 정부는 경제적 지원이 북한에 대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이 지렛대를 사용하는 데 있어 협력하기를 희망한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 대사

노 당선자는 미국과 강력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을 다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인 대다수는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대미 협력을 중요시하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시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며 아울러 북한을 달래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당선 후 분명해지는 것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개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스티븐 코스텔로 미 대서양위원회 선임연구원

이번 선거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한국의 대중이 지지하고 있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따라서 선거 결과는 대북 문제를 대결이 아닌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승리이다. 한미 간에 대북 정책에 대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그랬다. 미 정부는 한국의 대선이 끝나기를 기다려 왔고, 한국 정부와 대북 정책에 대해 타협을 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다. 양국의 입장을 조정해야 하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노 당선자는 먼저 미국을 잘 아는 조언자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노 당선자는 아마 햇볕정책을 새롭게 다듬게 될 것이다. 이 때 자신의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구조를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 당선자가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전이라도 한미 간에는 대화할 통로가 얼마든지 있다. 노 당선자는 한국민의 반미 감정은 실제로는 반미가 아니라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거 전의 정서는 부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감이었으며,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는 데 대한 불편함의 표현이었다. 노 당선자는 대북 정책에서 김대중 정부보다는 단호해질 것으로 본다. 그는 좀 더 상호주의를 요구할 것이다. 동시에 경의선 연결 사업 등 대북 포용정책의 성공적인 측면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발비나 황 미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

선거 결과에 놀랐다. 노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비관적이 아니다. 노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깊은 신뢰를 보여 주었다. 한미 관계를 잘 이끌기 위해서는 부시 정부 고위 관리들과의 관계를 잘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을 이해하는 좋은 조언자를 참모로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 핵 문제가 양국 간에 가장 첨예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은 근본적으로 북한 핵이 위협적이라는 것을 믿으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다르다. 양측은 북한 핵의 위협적인 측면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정책 조율이 가능하다. 노 당선자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년 2월 취임하기 전이라도 가능하다면 방문해야 한다.

피터 벡 미 한국경제연구소 실장

부시 행정부는 진보적인 노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실망했을 것이다. 그래서 노 당선자는 김 대통령 방미시 부시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강력히 지지하지 않고 냉대한 전례를 피해야 할 것이다. 노 당선자도 비슷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예측불가능한 북한과 김 대통령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이다. 미 정부는 북한과 인접한 한국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부시가 온건론을 주장하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한국의 말도 듣지 않을 것이다.

폴 챔벌레인 한미협의회장

한미 관계는 우호적이고 상호존중적인 방식으로 계속 유지될 것이다. 주한미군도 마찬가지이다. 한미 간에는 대북 정책에서 차이도 있지만 공통점도 많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평화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개발을 포기시키려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아이단 포스터 카터 영국 리즈대 교수(파이낸셜 타임스 기고)

자수성가형의 인권 변호사인 노 당선자는 미국을 방문한 적이 없음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를 당연히 염려할 것이다. 퍼퓰리스트이며 민족주의적 성향의 그는 재벌을 불신하며 부의 분배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방식과 세계화에 적응해 온 김 대통령과 다른 인물이다. 그가 외국자본을 환영할지는 미지수다. 노 당선자가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5년 전 상황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5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은 처음 시도된 정책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대답은 비밀 핵 개발 추진이었고 대다수 국민들은 햇볕정책이 실패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하지만 노 당선자는 같은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 동시에 현 국면이 북한과 미국의 실수로 조성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점들은 현재도 긴장 상태인 한미 관계를 더욱 긴장으로 몰아 갈 수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일본 게이오(慶應)대 교수

한국은 직접 북한과 대치하는 분단 국가로서 평화를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폐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노 당선자가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미일 공조가 무너지면 한미·한일 관계도 곤란해진다. 새 정권 출범 직후가 마침 북한 핵 위기 도래 시기와 일치한다. 지금부터 대응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세대 교체의 의미가 크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한국 사회의식의 변화가 대미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다. 월드컵과 미군 장갑차 사건 이후의 반미 감정 등 한국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내셔널리즘에 노 당선자가 인기 영합적으로 편승할 경우 대미 정책에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의 새 내셔널리즘과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사이에서 노 당선자의 방향타 잡기는 대단히 어렵다. 한국이 탈락해서 한미일 공조가 깨지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바라고 노리는 것일 수 있다. 현재의 평화와 장래의 안정을 모두 중시해야 한다.

히라이와 순지(平岩俊司) 시즈오카(靜岡) 현립대 교수

주한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한국 국민은 정부의 대미 자세에 불만을 표출했다. 새 대통령도 무시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SOFA 개정 움직임 등이 더욱 본격화하면 한미관계가 어느 정도 동요할 수도 있다. 노 당선자는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미국은 일축하는 태도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 당선자도 한미 관계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고 한국 외교 전체에서 본다면 변화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노 당선자는 한반도 정세에서 한미일 공조 체제의 강화보다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에 의한 4자회담 체제를 다시 내세울 것 같은 자세도 보이고 있다. 이 지역에 있어서 일본 외교의 역할을 별로 중시하지 않는 듯한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미국이 극단적인 강경 태도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일 간 협력이 불가결하다. 한미 관계가 삐걱거리면 대일 관계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정런지아(鄭仁甲) 중국 칭화(淸華)대 교수

한국의 대중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대한 정책도 원칙적으로 차질이 없을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회창 후보보다 북한에 대해 부드러운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을 추모하는 촛불시위를 본 많은 중국인들은 월드컵 당시의 한국을 연상했다. 반미 정서가 한국 대선에 주요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보고 싶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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