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통합과 안정, 개혁 등 세 가지가 자신의 국정 운영 기조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원칙과 신뢰의 새로운 정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 개막, 진정한 보통사람들의 사회 건설, 투명하고 공정하며 노사가 화합하는 경제를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노 당선자는 회견에서 자신의 개혁성과 서민 친화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내외에 안정된 이미지를 심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일부에서 자신을 급진, 진보로 규정하며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통합, 원활한 대미 외교 등을 위해 자신을 급진·진보로 보고 있는 국내 반대파와 미국 등 우방을 먼저 '안심'시켜 최대한 협조를 끌어내려는 포석이다.
구체적으로 정치 분야에서 노 당선자는 여당인 민주당의 자율적 개혁과 여야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당정분리의 정신을 존중하겠다고 하면서도 "국민이 나에게 대통령 지위에서 민주당의 개혁과제를 수행해 주기를 요구했다"며 당 개혁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또 "정치개혁 방향을 제시하겠지만 구체적인 과정은 당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당선자 자신이 아니라 당내 측근 그룹들에 의해 조만간 당 개혁론이 제기될 것임을 알게 한다.
노 당선자는 또 여소야대의 타개책으로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계개편은) 정치권이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정치인 내부에서도 새로운 정치 질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자발적인' 정계개편에 대해선 여운을 남겼다.
대북·대미 정책에선 현상 유지가 골간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한미 관계가 나아갈 방향으로 상호협력과 함께 평등 관계를 제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 대미 외교에서 이전 정권들보다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친서민, 비(非)재벌 기조를 한층 분명히 했다. 그는 "시장 개혁이 후퇴하는 일은 없다"고 못박으며 강한 재벌 개혁 의지를 다짐했다. 정경유착에서 자유로운 자신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 대책으로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잡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노 당선자의 사회 분야 정책 우선 순위는 역시 소외 계층이었다. 그는 "농어민, 불우이웃과 장애인 등 모든 소외계층에 따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또한 실업·취업난 해결에 진력할 것임을 예고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