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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 / 한반도 주변 4강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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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 / 한반도 주변 4강 반응

입력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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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은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당선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미국은 한국 내에서 반미 감정이 심화하고 있는 시점에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대북 정책에 있어 상대적으로 온건한 노 후보의 당선이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4강의 반응과 입장을 정리한다.■미국

"미국과 한국의 두 지도자 앞에 한 장의 백지가 놓여져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져갈 한미 관계의 미래를 흰 종이에 그리는 그림에 비유했다. 두 지도자의 협력과 조화의 정도에 따라 멋진 그림을 완성할 수도, 크게 망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 땅을 한번도 밟지 않았던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한국의 대통령 후보 노무현은 미국 정부에게 분명 껄끄러운 존재였다. 워싱턴 정가의 한편에는 노 당선자가 미국을 잘 몰라 한미 관계가 매끄럽게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다 동등한 한미 관계를 지향하는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노 당선자가 그의 이름처럼 미국에 '노 (NO)'하고 외칠 가능성은 한국의 어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아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많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이에 대해 "우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동의하는 것과 동의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다수는 다소의 마찰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미 관계가 동맹의 큰 틀 안에서 조화와 균형의 접점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모습의 한국의 지도자가 오히려 한미 관계의 새 장을 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믿는 전문가들도 많다.

워싱턴 포스트는 19일 "한국의 자존심을 강조하는 그의 공약이 두 동맹국 사이에 긴장의 전조를 드리우고 있다"며 "그러나 분석가들은 그것이 주한미군의 존재나 두 동맹국 간의 정치적 유대에 근본적인 변화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의 공식 반응도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국무부 성명은 "노 당선자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책으로서의 한미 동맹과 그 동맹이 제공하는 지역안정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해 왔다"며 "우리는 그 동맹 관계를 새 시대에 맞게 향상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 첫 시험대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처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특히 노 당선자가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추진해 온 햇볕정책의 계승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우라늄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고강도의 북한 압박책이 필요하다는 부시 정부의 입장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 끌어안기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부딪힐 때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가능성도 크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대사는 "대북 경제적 지원도 북한을 제어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데 한국의 신정부는 이런 정책을 취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강경한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의 조야는 한국 내의 반미 감정이 향후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돈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한국의 반미 감정은 여중생 사망에 대한 감정의 표현이며, 엄밀한 의미의 반미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신정부와 부시 정부가 협력해 이같은 감정이 한미 동맹의 기본축을 건드리는 사태로 발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미국민들의 시각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미 백악관 성명 전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것을 공식적으로 축하한다.

한국민은 다시 한번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활력과 역동성을 과시했다. 한국은 미국의 가까운 우방이자 동맹국으로서 부시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 직면한 많은 도전과 기회를 다루는 데 있어서 노 당선자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한다.

▶미 국무부 성명 전문

우리는 노무현 당선자의 승리를 따뜻하게 축하하며 노 당선자 및 그의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을 고대한다.

노 당선자는 한미 관계에 대해 굳은 약속을 표명했으며 우리도 양국 관계를 그만큼 중시한다. 우리는 그의 당선을 그와 그의 새 정부와 협력해 새 세기에 더욱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는 기회로 간주한다.

노 당선자는 또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책으로서 한미 동맹과 그 동맹이 제공하는 지역 안정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우리는 함께 그 동맹 관계를 현대화하고 향상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

■일본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내년 2월 하순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포함해 노무현 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최대한 빨리 실현시킨다는 방침이다. 납치 피해자 가족의 추가 귀국 추진과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등 대 북한 현안을 안고 있는 일본 정부는 무엇보다 새 한국 대통령과의 대북 정책 조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강경 자세인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와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는 새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그 사이에 끼어 난처한 처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를 기반으로 압박과 포용의 동시 구사를 선호하는 일본 정부로서는 한미 이견은 일본의 대북 교섭력 자체를 저하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또 노 당선자가 해방 이후에 태어나 반일 교육을 받고 성장한 최초의 '한글세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일 관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과거 역사에서 자유로운 미래지향적 관계가 더욱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만, 3김에 비해 일본을 모르고 일본 정계에 인맥이 없다는 우려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가 순탄할 때는 경제협력, 문화개방 등 미래지향적 프로그램에 가장 적극적일 수 있지만, 역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강경한 대응을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한일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얼마나 화답해 줄 것인가에도 일본 정부와 경제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7월 한일 양국은 정부 레벨의 FTA 공동연구회를 발족시켜 연구를 진행시켜 왔다. 그러나 일본에는 노 당선자가 일본보다는 중국과의 경제관계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도쿄= 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중국

중국 정부는 대 한반도 정책 측면에서 노무현 정부의 등장을 플러스 요소로 간주하면서 크게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을 내건 노 당선자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중국측의 대 한반도 정책에 결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20일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이 노 당선자에게 보낸 축전 등에서도 감지된다. 江 주석은 축전에서 "한국은 중국의 중요한 이웃으로 중국측은 중한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우리의 공동 노력 하에 중한 우호관계가 반드시 계속 강화되고 발전할 것으로 바라고 또 믿는다"고 밝혔다.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도 "한중 선린 우호 관계는 중요하고 앞으로 지속 발전해 동반자 관계가 한층 강화하리라고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노 당선자는 핵 문제 등 대북 현안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연착륙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중국측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강화되기 시작된 양국간 대북 정책 협력이 보다 높은 단계로 성숙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농축 우라늄 핵 개발 계획 추진과 제네바 합의 파기 선언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급등한 가운데 치러진 한국의 대선을 고도의 주의를 기울이며 관찰해 왔다. 신화(新華)통신이 19일 "한국의 대선이 한국의 정치는 물론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 당선자 등장 이후 중국 정부는 남북 관계 및 북중 관계의 동시 발전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대선 전 사실상 대남, 대중 관계에서 제자리 걸음을 지속해 온 북한이 노 당선자와의 협력을 추구하고, 양빈(楊斌) 전 신의주 특구 장관 구속 이후 소원해진 중국과도 관계를 완전 복원시킬 것이라는 기대인 것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러·EU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일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한러 관계의 지속적 발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그는 "한러 관계 및 남북 대화의 지속이 러시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노 당선자의 대북 접근 방식이 남북 당사자와 주변국들이 대화로 대북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러시아의 생각과 부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정부들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건설 지원 및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의 시장 개방 지원 등 여러 현실적 문제들이 걸려 있는 만큼 노 당선자측과 이루어질 대북 정책 조율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 시설을 재가동할 경우 북한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에 대한 협의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모스크바·브뤼셀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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