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가장 곤혹스런 입장에 선 사람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사진) 대표이다. 한달 전 단일화 경쟁을 벌이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대통령당선자가 됐지만 자신은 '단일화 합의를 성급하게 깼다'는 따가운 비판을 듣는 정반대의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20일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것은 그의 곤란한 입장을 잘 보여줬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과의 약속인 단일화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선거 막바지에 혼란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21은 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왔으나 유세 마지막 과정에서 저 개인의 사려 깊지 못한 판단에 대해 국민과 노무현 당선자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노 당선자에게 축하를 드리며 국민화합과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면서 "나 개인적으로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다시 느꼈으며 향후 정치적 진로는 국민과 당원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통합 21 당직자들도 이날 민주당과의 대선공조 파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당직에서 사퇴키로 결정했다.
정 대표는 정계를 은퇴할 생각은 갖지 않고 있다. 그는 상당 기간 고뇌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내년 중반부터 정치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21의 진로에 대해 일부에서는 당을 추스른 뒤 새 출발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당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통합21이 당 대 당 공조를 복원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통합21 일부 당직자들이 '단일화 공로' 등으로 새 정부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차원'이 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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