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거취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전후한 일부의 회장직 사퇴 주장에 "정치와 축구는 별개"라고 맞서온 정 회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사퇴압력에 직면하는 등 정치의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대한축구협회는 20일 "회장직 유지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며 "현재로선 2004년 1월까지인 임기를 채우는 데 별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정 회장의 특별한 선언이나 성명이 없는 한 현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회장이 18일 밤 노무현 당시 단일화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밝힌 이후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는 물론 지지기반인 협회와 붉은악마 인터넷 게시판에도 정 회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6월의 감동으로 얻은 인기를 앞세워 정몽준 회장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나라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면서 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특정 협회 관계자를 비난하며 사퇴를 주장한 글은 적지 않았지만 정 회장을 상대로 직격탄을 날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축구인들도 정 회장이 스포츠의 생명인 페어플레이 정신을 저버린 게 너무 아쉽다며 "프로축구를 비롯한 빈번한 판정시비 등에 대해 협회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월드컵 4강에 도취된 채 대표팀 감독 선임 등을 둘러싸고 독선과 일방통행식 행정을 일삼아 온 협회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일월드컵 유치와 활발한 축구외교 등 정 회장의 공헌과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사무총장과 국제국장 홍보국장 등 요직이 모두 현대맨인 현실에서 정 회장이 사퇴하면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한 축구인은 "대선에 매달리면서 프로와 유소년 발전 등 축구 현안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라도 축구에 전념한다면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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