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당선자, 미국에 머리 숙이지 않는다.'미국 AP 통신은 19일 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이런 제목을 달아 그의 당선 소식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이 통신은 노 당선자가 미국에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당선자를 반미(反美) 민족주의자로 경계하는 듯한 이런 시각은 한국 대선 소식을 전하는 미국 언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CNN 방송은 50년 간의 한미 동맹관계가 불평등하므로 개선돼야 한다는 노 당선자의 발언에 주목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의 새 정부가 대미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들도 노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 관계가 곧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분석했다.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노 당선자가 미국 땅을 단 한번도 밟지 않았음을 상기하면서 그가 미국을 잘 아는 보좌진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같은 미 언론의 '비우호적' 시각에는 주요 군사동맹국에 그들이 판단 기준에 의한 반미적 지도자가 출현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 듯한, 또 그 가능성을 지적하고 강조함으로써 미리 쐐기를 박아 놓겠다는 듯한 냄새가 난다. 한 권위지는 노 당선자의 영문 표기 'Roh' 옆에 괄호를 열고 친절하게 '발음은 No로 난다'고 설명했다. 선거 기간 내내 한국에서 일었던 반미 정서가 노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한결 같은 분석도 썩 유쾌하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미 언론의 이같은 시각은 공정하지 않다. 다분히 미국적 관점에서만, 슈퍼파워적 위치에서만 바라본 것이다. 노 당선자가 햇볕정책의 계승자라는 점에서 단순하게 향후 한미 관계의 긴장을 지적하는 것도 그렇다.
'미국에 머리 숙이지 않을 것'이라는 미 언론의 직설적 표현을 보며 또다른 의미로 정말 한미 관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경욱 국제부 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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