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까.먼저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를 살펴 보면 노태우(盧泰愚)·전두환(全斗煥) 두 사람은 정권을 주고받은 친구였지만 '5공 청산' 문제 때문에 등을 졌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승계하고서도 '역사 바로세우기'의 명분아래 전임자를 버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YS의 중립 선언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아 정권 교체를 실현했지만 임기 내내 불편한 사이이다.
결론부터 말해 노 당선자와 DJ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우선 노 당선자 자신이 '과거 청산' 개념으로 DJ를 대하는 걸 꺼리고 있다. 또 DJ도 퇴임 이후 정치를 멀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충돌할 기회 자체가 적을 것 같다.
노 당선자가 DJ를 보는 시각은 선거를 전후해 약간 차이가 난다. 선거 전에는 '비판적 계승'이 주였으나, 선거 기간에는 '비판적 중립'으로 바뀌면서 두 사람간의 거리가 좀 더 멀어졌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서는 '비판적 계승'으로 DJ에게 다시 한 발 더 다가서는 느낌이다.
선거 전만해도 노 당선자로선 호남 유권자를 의식하면서 동시에 반DJ 정서가 강한 영남을 끌어안기 위해 비판과 계승이라는, 어찌 보면 모순된 방침을 정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호남이 '집토끼'로 굳어지자 '산토끼'인 비호남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현 정권 부패와 실정을 비판하며 중립지대로 위치를 옮겼다. 그러나 당선자 신분이 되고 난 후의 언급을 보면 노 당선자는 다시 '비판적 계승' 쪽으로 U턴한 것으로 보인다. 개표 결과 호남이 최대 지지기반으로 확인되고, DJ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이 그 배경에 있음을 감안한 결과로 해석된다. 일부 측근들은 "DJ가 햇볕정책으로 색깔론을 무력화하고, IT강국을 만들어 사이버선거운동을 가능토록 한 게 노 후보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비판적 계승' 기조는 노무현 정권의 정치·정책 기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정치적으로 보면 노 당선자가 대선 과정서 거론했던 '현 정부의 부패·실정 책임자 추궁'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관심이다.
정책 면에서 노 당선자는 DJ의 햇볕정책을 수정, 보완해 이어 받으려 한다. 노 당선자는 이미 "햇볕정책의 골격은 유지하되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으며 추진 과정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투명성 강화 등 DJ의 재벌 개혁 기조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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