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앙아시아사의 전문가다. 최근 몽골제국과 유라시아 문명 교류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는데는 그의 저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까치글방 발행)은 그 존재조차 의식하지 않았던 동방기독교의 실체와 역사를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저작이다. 로마 중심의 서구 기독교만 있었던 게 아니라 아시아에도 기독교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일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책에서 소개한 동방기독교는 네스토리우스교다. 431년 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총주교 네스토리우스가 이단으로 몰려 파문 당하자 추종자들은 박해를 피해 동방으로 이동, 서유럽인의 눈에서 사라진다.
한동안 잊혀졌던 그들은 서유럽의 십자군 전쟁 실패로 되살아 난다. 서유럽인들은 이슬람권 너머 아시아에 막강한 힘을 지닌 기독교 왕국이 존재하고 그들이 서유럽과 연합, 이슬람 세력을 협공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네스토리우스교는 불교, 도교 등 전파되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충분히 흡수,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예배를 보며 목탁을 두드리기까지 했으니까요. 적극적인 현지화 덕분에 네스토리우스교는 중앙아시아의 초원과 중국 내륙, 인도, 중동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받아들이는 등 기본 교리는 서방 기독교와 같았지요."
신도 대부분이 라마교,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중앙아시아의 흑사병으로 종교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네스토리우스교는 14세기말 사실상 소멸한다.
"몽골제국 지배층 가운데 기오르기(조지), 요하난(요한), 마르구즈(마르코스) 등 세례 명과 같은 이름이 많은 것을 알고 일차적인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1999년 여름 내몽골의 초원 올론 숨을 방문, 옛 무덤의 비석에서 십자가를 목격한 것은 그런 호기심을 구체화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
책은 네스토리우스교가 전파된 경로 즉 서유럽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대상으로 삼고 지역, 국가, 민족 단위의 연구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방법론적으로도 눈길을 끈다.
일반독자가 교양서로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하면서도 유려한 문장을 구사한 것도 특징.
영어 일어는 물론 몽골어 페르시아어 투르크어 등 10여개 언어에 능통하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 최초의 세계사인 라시드 앗 딘의 '집사' 제1권 '부족지'를 세계 3번째로 번역했다. 저작상 수상에는 '부족지' 번역의 공이 더해졌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 약력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서울대 동양사학과, 하버드대 박사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1986∼) 저서 '근대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 '황하에서 천산까지'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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