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에 당선된 민주당 노무현후보를 바라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눈에는 기대가 가득 담겨 있다. 투자자들은 노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경제개혁 청사진 및 공약이 연말 '산타 랠리'를 실현하고, 새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수시장 위축에다 유가상승과 원화강세로 기업경영과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어 '노무현 신정부 효과'를 낙관만 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북한 핵 문제와 중동 긴장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등 대내외 환경이 불투명하다. 증시 투자전략과 기업 분석을 책임지고 있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일정 부분 대선 효과를 기대하면서, 노 당선자에게 '일관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 친화적 정책'을 주문했다.■역대 대통령선거를 돌아보면
새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에는 예외 없이 단기간에 주가가 올랐다. 1987년 이후 대선이 있었던 해의 종합주가지수는 신임 대통령 선출 후 다음해 1월말까지 평균 14.7% 올랐다. 길게는 1년 10개월간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새 대통령 선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힌 데다, 새 정부의 경기부양 및 유동성 공급 확대를 겨냥한 탄력적인 금융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1분기까지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려면 이라크전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연말 배당과 새해 기대감에 따른 계절적 상승효과에다 새 대통령 효과까지 더해지면 증시가 활력을 찾을 것"이라며 "미국 등 해외시장 안정이 뒷받침되면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타랠리, 글쎄
증시의 주변 여건이 불투명해 대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기업 및 재벌개혁의 지속적인 추진, 부실기업의 매각 촉진 등으로 증시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지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미 기대감으로 많이 오른 만큼 향후 증시 향방은 일시 반등 후 다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문제가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내년 봄 춘투(春鬪)기간에 분배문제를 둘러싼 노사분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고, 환율과 유가 등도 기업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내년 상반기 대세 상승은 힘들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석중 상무는 "당분간 노 당선자 효과보다는 미국시장 회복 여부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소극적인 매매패턴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700 안팎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권했다.
■구조조정 지속과 신뢰 회복
김 상무는 "국내 증시는 15년 넘게 500∼1,000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신임 노무현 정부가 경제 및 기업 구조조정을 지속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이를 통해 기업실적도 좋아져야 4자리 주가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주식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도 정부가 앞장서 고위 공직자부터 주식을 투기로 보기 보다는 자산형성의 한 축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것을 주문했다.
굿모닝신한 이 부사장은 "코스닥시장의 개혁 등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마무리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식 등의 저평가 현상) 요인으로 꼽히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문제와 저 배당도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은 "외국인에 치우친 매수세력을 확대하고 주식투자 저변을 넓히기 위해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양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제도를 고치고 인력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한 만큼 증권거래세 등을 낮추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배당을 많이 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LG 박 상무는 "고도 성장기에는 정부가 기업 자금 조달을 위해 증시 부양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이제는 시장이 빠지는 것에 안달할 필요가 없다"며 "간섭하지 않고 철저히 시장논리에 맡겨달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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