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했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듯 대통령도 예외는 아닐 터이다. 축구계 최대 현안은 성인 대표팀 감독 선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선택의 문제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차기감독으로 외국인을 뽑기로 하고 물색에 나서고 있는 모양이다. 프랑스의 명장 에메 자케와 이탈리아 명문 클럽 출신의 자케로니, 크로아티아를 월드컵 3위로 끌어올린 블라제비치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른다고 한다. 이들 감독은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함께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성공과 실패 확률도 결국 반반이다.이들 감독의 인물됨과 능력을 평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선임에 앞서 기준과 원칙, 장기계획 및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내파든 외국인이든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우선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지만 세계 4위 실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실제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에 머물고 있다. 연초 40위 안팎이었던 점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사실 월드컵 직후 아무도 성인팀 감독을 맡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퍼진 적이 있다. 월드컵 4강은 우리 당대에선 다시 보기 힘든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기대 수준만 높여놓았다는 지적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4위가 아닌 20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감독이 선수 개개인의 특성과 스타일을 파악한 뒤 팀의 색깔을 맞춰가는 데는 보통 6개월이 걸린다. 낯선 외국인은 두 배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도 '오대영'이라는 수모를 겪은 끝에 작품을 완성했다. 현실과 맞지 않는 눈높이와 결과를 빨리 내놓으라는 조급함은 실패를 낳기 쉽다.
프로리그 발전도 고려해야 한다. 프로구단은 그동안 선수 차출에 관대했다. 아니 침묵했다. 특히 한일월드컵 때는 국가적 이익이라는 명분에 밀려 희생을 감수했다. 그러나 프로리그 활성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프로구단이 10개에 불과하면서 4강이라고 내세우는 건 창피한 일이다. 이벤트성 A매치도 전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과감히 줄여야 한다. 이젠 차분히 한해를 정리할 때다. 자신감은 갖되 들뜬 분위기는 가라앉혀야 한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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