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 패배는 거대 야당 한나라당을 혼란과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 당의 강력한 구심점이 됐던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퇴진은 이 같은 난맥상을 더더욱 심화 시킬 것이다. 1997년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나라당은 선거 책임론으로 구심력이 와해될 전망인 반면 여권의 정계개편 시도에 따른 원심력은 한껏 커졌다.
당장 이 후보의 정계은퇴가 예상되고,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지도부도 사퇴할 것으로 보여 지도부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 후보의 퇴진은 김용환(金龍煥) 고문, 양정규(梁正圭) 후보자문회의 의장,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 신경식(辛卿植) 대선기획단장,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 권철현(權哲賢) 후보비서실장 등 당 주축 세력의 2선 후퇴를 예고한다.
당 일각에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 하루빨리 새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로선 대선패배의 충격이 워낙 커 가능성은 미지수다.
오히려 수도권 및 충청권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이탈이 예상되는 등 분열을 겪을 공산이 크다. 노무현(盧武鉉) 당선자가 호남중심의 민주당을 개혁색채의 새로운 정당으로 개편하는 정계개편을 시도할 경우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이 우선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의 여당 행도 점쳐진다. 실제 1997년 대선에서 패한 뒤 26명의 당 소속 의원들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의원이탈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 수습하더라도 당 노선 갈등은 필연적이다. 무엇보다 영남권 중심의 보수성향 의원들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수도권 중심의 소장파 의원들은 이부영(李富榮)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 등을 앞세워 당 체질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당을 장악해온 보수파 중진들도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합종연횡 속에 첨예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당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노선갈등에다 고삐 풀린 당권 경쟁, 그리고 일각의 이탈이 겹칠 경우 한나라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 도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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