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범죄인에게는 현금 1억, 가난한 일반 사범에게는 현금 8만원.'한때 '가진 자를 위한 면죄부'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보증금석방제도(일정액을 법원에 한시적으로 맡기고 석방되는 제도)가 현금을 대신한 보석보증보험이 활성화하면서 죄의 경중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는 또 하나의 '판결선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지법에서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진 A씨. 재판부는 보석금으로 현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사기 혐의가 짙고, 돈도 많아 보인다"고 보석금 책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경제 사범의 경우 현금으로만 1억원을 보석금으로 책정한 적이 있는 반면, 죄를 후회하는 한 일반 폭력사범에게는 현금 8만원만 예치하면 만들 수 있는 1,000만원의 보증보험증서만 내도록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는 "죄질과 경중, 재산정도를 따져 현금, 보험증서, 현금과 보증보험을 혼합해 보석금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은 연예인에게 수억원에 이르는 고액의 보석금을 선고하기도 했었다.
이 같이 다양한 편차의 보석금 선고가 가능한 것은 1991년 처음 도입돼 갈수록 이용자가 늘고 있는 보석금보증보험 때문.
이 보험가입자는 1999년 7,000여명 선에서 지난해에는 8,000명이 훨씬 넘어섰고, 올해에도 가입자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료가 보석금의 0.8%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보증보험으로 보석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면 실제 가입자는 현금 40만원만 내고 석방될 수 있다.
물론 피의자가 재판도중에 도주·잠적했을 경우 보험사가 법원에 5,000만원을 대신 갚아야 한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당장 현금을 구할 수 없는 피의자를 고려해 재판부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증보험증서로 보석금을 대신 내도록 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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