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패션계는 한일월드컵의 대미를 장식한 태극기 패션으로 민족적 자긍심을 한껏 높였고 젊은 디자이너들의 해외컬렉션 진출이 러시를 이루는 등 어느 해보다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그러나 그칠줄 모르는 '명품' 소비바람을 타고 대기업들이 잇따라 명품 수입시장에 뛰어드는 등 패션산업의 기간을 흔드는 불안요인도 두드러졌다. 2002년 패션계를 대변하는 5대 뉴스를 정리했다.1. 태극기 패션 등장
2002 패션계의 키워드는 단연 '월드컵 패션'이었다. 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 축구스타들의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베끼기에 머물던 월드컵 패션은 붉은 악마의 레드 패션으로 전국을 붉게 물들이더니 급기야 태극기를 패션코드화하는데 성공, 패션이 민족적 자긍심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성스러운 태극기가 섹시한 탑과 두건, 스커트로 변신했으며 행정자치부는 지난 11월 16일자로 '태극기사랑운동실천지침' 개정령을 공포하고 태극기 문양을 속옷이나 양말, 일회용 소모품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 한국디자이너들 해외진출 러시
사상 최다인원인 11명의 디자이너들이 해외 컬렉션에서 한국패션의 세계화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혜자 박지원 강진영 윤한희씨가 뉴욕컬렉션에 나섰고 문영희 이상봉 이영희 홍은주, 그리고 패션그룹 IIda의 다섯 멤버인 심설화 박춘무 홍미화 이정우 우영미씨 등이 파리컬렉션에 등장했다. Iida 그룹 멤버들의 파리진출은 CJ홈쇼핑이, 홍은주씨는 아가방이 후원하는 등 기업과 디자이너의 제휴도 주목할만한 특징이었다.
3. 캐포츠룩과 금요일패션의 급부상
주 5일 근무제 확산에 따른 여가문화에의 관심은 스포츠웨어에 캐주얼 감각을 담은 '캐포츠'룩을 부상시켰다. 허리와 바짓단을 밴드처리한 바지, 끈으로 아랫단을 조이는 스트링 점퍼, 벙거지 모자 등이 대표적인 캐포츠룩. 착용감이 편해 레저용으로도 좋지만 고급스런 감각은 사무실에서의 근무복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A6' 'BNX' 'EXR'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로 떠올랐다.
4.홈쇼핑, 하이패션 유통채널로 각광
수입명품 붐으로 주요 유통채널인 백화점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국내 하이패션이 홈쇼핑이라는 금맥을 발견한 한 해. 앙드레 김의 화장품과 속옷이 홈쇼핑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고 디자이너 이신우 홍미화 장광효씨 등이 잇따라 홈쇼핑에 PB브랜드를 전개, 성공을 거뒀다. 국내 최고수준의 디자이너그룹인 SFAA가 LG홈쇼핑을 통해 하이패션 유통을 시작했고 CJ홈쇼핑은 패션그룹 IIda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5.대기업의 명품시장 진출
수입명품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지면서 대기업들이 다투어 명품시장에 진출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코오롱패션과 제일모직, 현대상사 등이 잇따라 '이브생로랑' '이세이미야케' '마크제이콥스' 등 고가 브랜드 직수입 판매에 나서 국내 패션산업의 중심추로서의 역할을 망각한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밖에도 올해 패션계는 봄시즌부터 계속된 로맨틱 히피이즘의 열풍, 일반화되어가는 명품소비에 반발해 차별화를 요구하는 최상류층을 겨냥한 고급 주얼리시계 및 보석브랜드의 잇따른 상륙 등이 화제를 모았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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