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이 금지해 발표할 수는 없었지만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들은 대선기간 수시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8일 밤 노·정 공조 파기라는 메가톤급 변수가 돌출하면서 의미가 퇴색했지만 지난 22일간의 여론 흐름을 되짚어 본다.■노 리드·이 추격의 대세
공표가 금지됐던 11월27일부터 17일 저녁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추세의 특징 중 첫째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줄곧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지율 수치 면에서 노 후보는 줄곧 40%이상 지지율을 고수한 데 비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40%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선거 종반에도 부동표(浮動票) 규모가 20%대를 넘나들 정도로 많았던 사실도 특이하다.
■선거기간 변화가 심했던 지지도
노 후보는 44.4%, 이 후보는 38.8%(한국일보 미디어리서치 11월26일 여론조사)의 지지도를 안고 11월27일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11월29일 미디어리서치의 자체 조사에선 두 사람의 지지도 차가 오히려 1% 포인트 정도 더 벌어졌다.
12월이 시작되면서 '단풍(單風)'은 조정 국면을 보였다. 2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노 후보는 약 43%, 이 후보는 약 40%를 기록해 차이가 3%포인트 정도로 줄었다. 판별 분석에서는 1%포인트 차로 이 후보가 노 후보를 쫓아 왔다.
3일 첫 TV 합동토론이 벌어진 직후 이뤄진 4, 5일의 여론조사에선 민노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의 선전이 화제였다. 단순지지도 5%선을 넘었는가 하면 일부 조사기관의 판별 분석에서는 10%의 지지도가 나왔다. 5일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노 후보 42.5%, 이 후보 39.3%로 여전히 3%포인트 대의 간극을 유지했다.
선거전 중반이 시작된 6일께부터 이 후보의 지지도가 빠지기 시작했다. 이 후보의 반미 관련 행보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7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이 후보는 35.1%를 기록해 5일 조사보다 4.2%포인트나 지지도가 떨어졌다. 이에 비해 노 후보는 41.8%의 안정적인 지지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8일 정치개혁안을 던지면서 발판을 마련, 9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37.1%로 지지도를 약간 회복했고 노 후보는 42.9%의 현상 유지 수준을 보였다.
■치열했던 막판 접전과 예측조사
10일 2차 TV토론을 통해 쟁점화한 노 후보의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은 선거전 종반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를 좁히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12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노 후보 42.5%, 이 후보 37.0%로 격차가 5.5%포인트로 줄더니 14일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다시 노 후보 43.6%, 이 후보 38.7%로 차이가 4.9%포인트로 좁혀졌다. 그러나 14일부터 정몽준 대표가 노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고 자민련도 중립을 선언한 게 노 후보의 하락세를 잡았다.
노 후보는 선거전 종반 안정을 되찾아 17일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43.2%의 지지를 얻어 37.8%에 그친 이 후보와의 간극을 5.4%포인트로 더 벌렸다. 판별분석에서도 노 후보는 48.5% 대 43.8%, 4.7%포인트 차이로 이 후보보다 우위였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정몽준 이탈효과'를 감안할 때 거의 정확히 실제 지지도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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