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부터 18일까지 총 22일의 선거운동기간에는 대선 판세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고비와 사건들이 계속 이어졌다. '22일간의 장정'으로 불리지만 25일 후보단일화 이후 대선구도가 새로 짜여졌기 때문에 '24일간의 드라마'로 표현되기도 한다. 드라마를 달군 주요 소재는 후보단일화 바람(단풍·單風), 국정원 도청 공방(盜風), 반미 열기(美風), 북풍(北風), 행정수도 이전 공방 등이었다.단일화 성사 전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독주 구도가 계속됐다. 하지만 25일 새벽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를 놓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됐다고 발표되는 순간 판세가 요동쳤다.
28일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도청 의혹을 폭로하면서 판세 변화를 시도했지만 도풍(盜風) 효과는 미미했다.
12월 1일 한나라당은 '청와대 관계자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는 등 도청 의혹을 추가 제기했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1일 탈당, 3일 자민련에 입당해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제3세력의 움직임도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과 통합21이 29일 분권형대통령제 개헌 추진에 합의한 것도 쟁점이 됐다. 7일 전국 35개 지역에서 3만명의 시민들은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한미주둔군지위 협정(SOFA) 개정,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 반미 촛불시위 확산은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13일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고, 14일에도 전국에서 7만명이 촛불 시위를 벌였다.
10일 2차 TV토론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 이전 공약은 그 뒤에도 계속 뜨거운 이슈로 자리잡았다. 이회창 후보는 "행정 수도를 이전하면 서울 집값이 폭락한다"고 주장했으나 노 후보는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완화시킨다"며 반박했다.
스페인 군함이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선적한 북한 화물선을 나포해 미국에 넘긴 사건이 11일 발표되고, 북한이 12일 핵시설 가동 재개 입장을 밝혀 '북풍'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행정수도이전 논란은 노 후보지지의 출렁거림을 가져왔으나 북풍 작용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반전 들어 조연 대결도 눈길을 끌었다. 노 후보는 13일 정몽준 대표와 만나 정부 공동 운영과 공동유세에 합의해 단풍 효과 재연을 시도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박근혜(朴槿惠) 선대위공동의장을 본격 투입했고, 자민련 이인제 총재대행의 간접 지원을 기대했다. 이 대행은 '급진세력 집권 저지'를 주장하면서 이 후보 지원에 나섰으나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16일 "자민련은 엄정중립"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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