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국민통합 21 대표의 노무현 민주당 후보 지지 철회 선언은 한치앞을 내다 보기 힘든 우리정치의 천박함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가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배신이 횡행하는 우리 정치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 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 왔다. 하지만 공식 선거전 마감을 불과 2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진 지지 철회선언은 우리를 실망케 한다. 이런 수준의 공조라면 무엇 때문에 했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에서의 공조가 애들 장난이었나 하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정 대표는 지지 철회 이유로"(노 후보가 서울 명동 합동유세에서)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하고 양당간 합의된 공조정책에 어긋나는 발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았나 싶다. 노 후보가 유세에서 '차차기 대통령감'을 거론하며 정 대표의 심기를 건드린 게 진짜 이유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노 후보는 정 대표 면전에서"(차차기 대통령 후보가) 한 사람밖에 없는 것 보다는 여러 사람이 있는 게 든든하지 않겠느냐"면서 자리를 함께한 민주당의 정동영·추미애 최고위원을 거론했다고 한다. 대통령을 뽑아줄 유권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은 오만함이 배어 있는 발언이다. 말을 함부로 해 수많은 설화(舌禍)를 자초한 노 후보의 경박함이 다시 한번 들어 난 셈이다. 이 발언에 발끈한 정 대표도 어른스럽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정 대표의 지지철회에 대한 최종 판단은 역시 유권자의 몫이다. 후보단일화와 공조의 문제점에 대한 냉엄한 심판을 할지, 아니면 공조 철회를 철딱서니 없는 경박함으로 보면서도 지지 후보 결정에 연결시키지 않을지는 지켜 볼 일이다. 지지철회가 선거 판세와 당락에 미칠 영향과는 별도로, 노 후보와 정 대표 모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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