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는 소식에 "권력 나눠먹기 밀약의 예정된 결말"이라면서도 공식 선거전 마감 직전에 터진 돌발 사건으로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며 반색하는 분위기였다.이회창(李會昌) 후보는 동대문 의류상가 방문 유세 도중 이 소식을 듣고 "노 ·정 단일화는 애초부터 이뤄질 수 없는 것으로 필연적인 결과"라며 "철회 이유를 들어 보니 정 대표가 개인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조윤선(趙允旋) 대변인이 전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밤 서청원(徐淸源) 대표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정 대표의 노 후보 지지 철회가 19일의 투표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이자리에서 서 대표는 "노 후보가 얼마나 경박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인지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며 "예정된 결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노 후보의 무자격, 무자질이 빚은 필연적 결과로 정치적 노선이나 소신보다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정치 풍토가 너무나 부끄럽다"면서 "이로써 소위 후보단일화라는 것이 정권 차원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른 사기극이었음이 판명됐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정 대표의 지지 철회가 단순히 노 후보의 실언 때문이 아니라고 보면서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후보특보는 "유세장에서 '다음은 정몽준'이라는 피켓을 보고 차기에 대한 밀약이 드러날까 놀란 노 후보가 얼떨결에 정 대표를 모욕하는 발언을 했을 것"이라며 "이 후보의 맹추격에 역전 조짐을 엿본 노 후보가 초조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후보특보는 이날 오후 들어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 일부 조사에서 노 후보를 따라 잡은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숨은 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지지도가 커다란 변화를 보였다"며 "저녁 무렵 이 후보가 단순지지도에서 노 후보를 2.5% 포인트 이긴 H사와 Y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정 대표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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