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하루 앞둔 18일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이회창(李會昌), 노무현(盧武鉉) 두 후보의 대북 정책과 새 정부의 대미 관계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며 한국 대선의 의미와 전망을 크게 다루었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청와대를 향한 싸움' 이란 사설에서 "과거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한국의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 대북 정책에서 분명한 선택권을 갖는 신선함을 맛보고 있다" 며 한국의 민주 발전이 국가의 현 상태와 미래의 방향에 대한 활기찬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친 재벌 성향의 이 후보와 북한 정권과 노동자층에 대해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공격받는 노 후보 모두 비판의 여지가 있으나, 신뢰할 만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선택' 이란 사설에서 이 후보가 막판 반미 정서에 영합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집권하면 후보 시절보다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타임스는 노 후보의 수도 충청권 이전을 거론했다. 이 신문은 "서울이 한국의 정치 금융 문화 교육 패션의 중심지로서 뉴욕 워싱턴 시카고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뉴올리언스를 하나로 합친 것과 같다" 며 지역감정이 강한 한국 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충청권이 수도 이전 논란과 관련해 이번 선거의 캐스팅 보트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점점 재미있어지는 한국 선거' 란 기사에서 북한의 핵 발언과 반미 시위가 진부했던 한국 선거를 가장 중요한 선거로 만들었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불신과 증오는 더 많은 불신과 증오를 낳을 뿐" 이라는 노 후보의 발언을 소개하며 그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썩 내켜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CNN 방송은 이번 선거는 주한미군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전했으며, 영국 BBC 방송은 북한의 핵 야심이 두 후보의 노선 차이를 극명하게 노출시켰으며 반미 정서가 여론 향배의 한 요소가 됐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대선이 호각의 대접전 속에 대 북한 정책, 수도 이전 문제를 쟁점으로 진보 대 보수,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비공개 각종 조사에서 노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를 웃돌고 있지만, 호각의 경합이 계속되고 있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0∼30대의 과반수는 노 후보를, 50대 이상은 압도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하고, 40대는 양분되는 상황으로 이번 선거는 세대 간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면서 "노 후보 지지의 젊은층이 기권하지 않고 투표에 참가할 것인가 여부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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