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에 미래가 담겨 있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어요?" 21세기 첫 대통령을 선출하는 19일 대선을 앞두고 누구보다 설레는 사람들이 있다. 난생 처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될 새내기 유권자들이 바로 그들. 이들은 첫 투표에 대한 설렘만큼이나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꿈도 크다.숙명여대에 다니는 1982년생 동갑 새내기 유권자 김원정(金源整·수학2) 김지예(金知藝·경영2) 김정연(金整娟·경제2) 이현진(李賢眞·경영2) 조정은(趙貞恩·법학2)씨 등 5명은 자못 기대감에 차 있다. "처음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볼 때보다 더 설레요." "그동안 성인으로서의 권리만 주장해오다 이제야 비로소 성인다운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꿈 많은 여대생들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소망도 야무지다. "어떤 대통령을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이현진씨는 "취업난을 해소하고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이라고 똑 부러지게 답한다.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는 한 대학은 취업준비소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그는 "후보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교육 관련 공약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중학교에서 투표하게 될 조정은씨는 "첫 투표인 만큼 일찍 일어나 1번으로 투표소에 도착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장애인과 여성인권에 특히 관심이 많은 조씨는 "여성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힐러리처럼 적극적인 퍼스트레이디가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색다른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영철(吳永澈·33·서울 강북구 번동)씨가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십수년 전이지만 지금껏 단 한번도 표를 행사해본 적이 없다. 1급 뇌성마비 장애인인 그에게 투표함까지 접근하는 일은 단지 의욕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
이번에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지만 오씨는 "이번 만은 힘겹게 휠체어를 끌고서라도 꼭 투표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TV 토론을 지켜 보니 장애인복지에 대해 비전을 제시한 이는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 이유다. "장애를 이유로 투표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후보들이 장애인 유권자들의 목소리에는 영영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 아닙니까. 제 한표에는 450만 장애인의 희망이 담겨 있는 겁니다."
2년 전 귀순한 전 북한 양강도 예술선전대원 박선화(朴鮮化·31·여)씨도 첫 투표를 앞두고 잔뜩 설레고 있다. "북에 있을 때는 투표를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만큼 선거의 의미란 것도 잘 몰랐다"고 털어놓은 그는 "여기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위에 있는 탈북자들의 요즘 화제는 온통 대통령 선거 이야기 뿐"이라고 전하며 "통일이 된 뒤에도 우리 민족을 슬기롭게 이끌 수 있는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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