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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춘문예 분석 / 詩부문만 1만편… 응모작 70%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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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춘문예 분석 / 詩부문만 1만편… 응모작 70%늘어

입력
2002.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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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신문을 펼치기 직전 가슴은 설렌다. 한국 문학에 새로움을 주는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는 흥분 때문이다."(문학평론가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10일 마감된 200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신춘문예 응모 요령을 묻는 전화가 여름부터 걸려왔던 것이 공고 게재에 임박해서는 문의가 폭주했다. 마감이 지난 뒤에도 응모작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다. "심사위원들이 한번 읽어보기만 한다면 좋겠다"면서 얼굴을 붉히는 접수자들도 있었다.

시 소설 희곡 동화 동시 5개 부문 응모작의 전체 편 수는 지난해보다 무려 70% 정도 늘어났다. 소설 부문 응모작은 506편. 1,052명이 응모했던 시 부문의 응모편수는 1만 편을 훌쩍 넘어섰다. 희곡과 동화, 동시 부문 응모작은 지난해보다 각각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학의 문예창작과가 증가하고 대중 문예강좌가 많이 열리면서 창작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짚어졌다. 특히 20, 30대 초반 응모자가 증가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학창작에 대한 열정이 달아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작품을 검토한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실험적인 기법 대신 전통적인 방식으로 쓰여진 작품이 주조를 이룬다는 데 입을 모았다. "문장력 등 기본기가 튼튼하다. 창작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많이 투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공통된 평이다. 문제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묘사에만 치중한다는 것. 사건 전개가 치열하지 않고 성격 설정이 돋보이지 않아, 세련된 문체를 구사하면서도 밋밋한 내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소설의 경우 월드컵과 반미시위, 대통령선거 등 올 한해 굵직한 이슈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사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은 많지 않았다. "이슈를 좇는 작품에서조차 신춘문예 모범답안을 안전하게 따르려는 것이 눈에 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2, 3년 간 신춘문예의 유행을 이뤘던 판타지소설, 사이버 세계를 다룬 환상소설도 자취를 감췄다. 과감한 성애 묘사도 줄어들었다. 한 심사위원은 "전통적 소설 문법에 충실한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은 올해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도서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TV에서 소개돼 한해 내내 베스트셀러에 오른 문학작품과 올해 신춘문예 응모작의 경향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인터넷, 불륜 등 당시로서는 새로운 소재를 작품화했던 90년대 문학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분석됐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좋은 시인이 되고 싶다"면서 원고지에 꼭꼭 눌러 쓴 시를 보낸 초등학생, 수년째 투병 중인 아들을 생각하면서 시를 썼다는 이야기를 함께 보낸 40대 주부 등 작품에 담긴 사연도 풍성했다. 일찌감치 당선소감을 동봉한 응모자도 있었다. 시 부문 한 응모자는 자신의 작품과 관련된 사진을 직접 찍었다면서 두툼한 사진첩을 보내오기도 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한 응모자는 원고를 고치겠다면서 신문사를 직접 찾아왔다. 희곡 5편을 한꺼번에 응모한 20대 청년, 소설 동화 동시 3개 분야를 응모한 30대 여성도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아르헨티나 등 해외동포들이 보내온 항공우편 투고작도 쌓였다. 심사결과는 2003년 1월 1일자 한국일보에 발표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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