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16일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던 정민태가 친정팀 현대로 복귀하면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연봉 5억원을 챙겼다. 5억원은 프로야구 원년 박철순(당시 OB)이 받은 최고연봉 2,400만원의 무려 20배가 넘는 거액이다. 내년 시즌 최고연봉은 도대체 얼마나 올라갈까. 또 고액 연봉시대가 가져올 부작용은 없는 것인가.■초읽기 들어간 6억원 시대
정민태의 연봉 5억원은 6억원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연봉 3걸인 '3이(李)―이상훈(LG) 이종범(기아) 이승엽(삼성)'의 치열한 자존심 경쟁이 내년 시즌 최고연봉을 최소 6억원대로 수직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연봉왕 등극 1순위 후보는 이승엽. 올 시즌 홈런왕(47개) 등 공격 4개 부문 타이틀을 휩쓴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극적인 동점 홈런을 날려 팀을 우승으로 이끈 공로도 있어 삼성도 최고 대우를 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과 이종범도 각각 팀 분위기를 이끄는 상품성 높은 스타라는 점에서 팀에서 최고대우를 해주기를 기대한다.
■갑자기 올라간 이유
국내 프로야구에 억대 연봉시대를 연 선수는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당시 해태). 선동열은 1991년 국내 선수 최초로 1억500만원을 받았다. 이후 10년간 완만한 상승세를 타던 최고연봉은 2000년 순식간에 3억원을 넘어섰고 올 시즌 4억원 돌파에 이어 내년시즌 6억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연봉 10억원 시대도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2000년 이후 최고연봉이 치솟은 까닭은 스타들의 해외진출 및 용병도입, 판 자체를 흔드는 일부구단의 무분별한 돈 공세, 선수협의회 등 선수들의 위상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1999년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되면서 억대 연봉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최고연봉 급상승의 주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은 제살 깎아먹기
연봉 5억원은 연봉 2,500만원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20년을 모아야 만질 수 있는 거액. 때문에 프로야구 시장규모에 맞지 않는 스포츠 재벌의 탄생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게다가 각 구단의 총연봉 상승폭이 제한된 가운데 일부 스타의 연봉만 올라간다면 전체 선수들 입장에서는 결국 제살 깎아먹기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출범 원년 1,215만원이었던 프로야구선수들의 평균연봉은 올 시즌 5,748만원을 기록, 20년간 약 4.73배 상승에 그쳤다. 최고 연봉이 20배 이상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선수들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스포츠 마케팅사인 (주)케이보스의 정희윤 대표는 "연봉상승이 계속될 경우 몸값이 싸면서도 기량이 좋은 용병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우려해 이제라도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 연봉산정 어떻게 하나
1,000만원대에서 수억원까지 천차만별인 프로야구선수들의 연봉은 일단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구단은 매 경기 선수들의 활약을 점수로 환산, '연봉사정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투수는 투구내용, 야수는 공격·수비·주루플레이로 항목을 분류해 각각의 점수를 매긴다. 여기에 50여개의 '플러스·마이너스' 세부항목이 추가된다. 특히 승리에 기여하면 보너스 점수가 추가되는데 평범한 홈런보다 끝내기 안타 한방이 후한 점수를 받는다. 예를 들어 2루타는 2점, 홈런은 4점이지만 결승타를 날릴 경우 단타도 5점 이상이 된다. 이를 누계하면 선수별 고과가 자동 산정된다.
선수 A를 예로 들어보자. 선수단 전체 연봉 및 고과에서 A가 받는 연봉과 고과점수 비율을 비교해보면 인상이냐 삭감이냐를 미리 알 수 있다. 만약 A의 연봉이 전체의 5%를 차지했으나 고과점수가 8%로 산정됐다면 3%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 반대면 삭감을 각오해야 한다. 여기에 팀공헌도, 상품가치, 인기 등 경기외적 요소들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는 원칙일 뿐 실제 협상에서는 팀 간판스타의 자존심과 해외진출 변수 등을 둘러싼 선수와 구단의 줄다리기 끝에 연봉이 결정되곤 한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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