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유권자들은 차분한데 후보 진영은 후끈 달아올라 있다. 대선 투표를 하루 앞둔 선거판의 모습이다. 앞서가는 후보 진영은 상대방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판 뒤집기 시도를 경계하고 있고, 추격에 나선 쪽은 역전의 계기를 잡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서로가 자신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가며, 구체적 표차까지를 제시하지만 유권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마지막 TV토론을 지켜 본 표심은 차분하게 지지후보를 결정했거나, 하려 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는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많음을 알리고 있어, 각 후보 진영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박빙의 선거 판세에 부동층이 많다 보니, 미디어 선거의 정착에도 불구하고 색깔론 공방과 폭로와 비방 등의 구태의연한 선거양태가 일부 되살아나 유감이다. 유권자들은 정보통신(IT)강국의 인프라 구축에 힘입어 소리없는 사이버 선거전을 즐기고 있는데, 정치권 일각은 세상이 바뀐 줄도 모르고 옛날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상대방에 손쓸 틈을 허용하지 않는 한탕주의나 죽기살기로 덤비는 이판사판식의 혼탁상은 통상 막판에 나타난다. 무차별 폭로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 등 네거티브 캠페인에도 불구, 이번 대선은 선거문화의 진일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규모 청중동원이 사라지고, 관권·금권선거 시비도 현저히 줄었다. 천문학적 숫자로 추정됐던 선거자금 규모도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축소됐다.
선거는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어느 경우에도 막판 혼탁이 있어서는 안 된다. 후보진영이 이를 시도하려 해도 유권자가 깨어있으면 불가능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