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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융개혁 "弔旗게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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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융개혁 "弔旗게양" 하나

입력
2002.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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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제2기 내각이 출범하면서 내걸었던 금융개혁 깃발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실종돼 버린 기색이 역력하다.'개혁 전도사'인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담당 장관에게 금융담당 장관을 겸임시키며 2004년까지 부실채권 처리 완료를 내걸었던 금융개혁의 칼날이 무디어지면서 시장에 혼란만 남은 형국이다.

■알맹이가 빠져가는 개혁안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17일 일본 금융청이 은행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에도 주주의 주식자산을 줄이는 감자를 은행측에 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공적 자금 투입에 의한 부실채권 처리 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감자에 의한 주주의 책임 분담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근본적인 개혁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안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여당과 은행업계의 반발로 한 차례 연기되는 소동 끝에 10월 말 발표된 금융재생 프로그램에서도 핵심이었던 미국식 회계 기준과 자산평가 방식 도입에 의한 엄격한 은행 평가안은 이미 빠져버렸다. 이로 인해 올해 3월 현재 52조 3,000억 엔 가량으로 추산되는 은행 부실채권을 2004년까지 처리하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일정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특명팀의 활동 중지

고이즈미 총리의 지시로 9월 말 발족해 다케나카 장관이 이끄는 '금융분야 긴급 대응전략 프로젝트팀'이 11월 이후 불과 두 차례 회합을 가졌을 뿐 사실상 활동 정지 상태다. 민간 전문가 5명이 참가해 은행에 공적 자금을 강제 투입해 일시 국유화한 뒤 경영책임을 묻고 부실채권 처리를 가속화한다는 다케나카 장관의 지론을 추진해 온 특명팀은 개혁안의 알맹이가 빠져가면서 더 이상 존속할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다케나카 장관도 특명팀을 해체하고 연내에 금융시스템 개혁을 감시·조언하는 새로운 '금융문제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여당, 은행과의 타협·대화 노선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명팀에서 가장 급진개혁파였던 금융컨설팅 회사 'Kfi' 기무라 다케시(木村剛) 대표가 새 태스크포스에서는 배제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기무라 대표는 "일본 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를 올려 이익분을 문제의 대기업 대출로 돌리는 최악의 경영"이라고 비난하는 등 '금융 자객'이란 별명을 얻고 있다.

■다케나카 때리기

11월 들어 은행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경기회복세가 둔화하면서 금융개혁에 불만을 품은 정치권, 은행, 일부 언론들은 일제히 다케나카 장관을 '공적 1호'로 몰아세우고 있다. "금융 실물을 모르는 초심자", "책상물림의 학자" 등등 이론에만 치우친 다케나카 장관의 개혁론이 일본 경제현실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다케나카 때리기'는 이제 거의 이지메(집단 따돌림) 수준이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본 은행과 대기업을 도산시켜 헐값에 미국의 투자펀드에 팔아 넘기려는 '미국의 앞잡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다케나카 장관은 "세계 어느 나라나 부실채권을 처리하고 은행을 건전화하는 방법은 모두 같다"고 자신의 지론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당히 힘이 빠진 표정이다.

이런 다케나카 때리기 와중에서도 고이즈미 총리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번지는 것을 우려한 듯 방패막이로 나서주지를 않는다. 일본 언론들은 거창한 개혁 구호를 내세운 뒤 다른 사람에게 나머지는 모두 밀어버리는 고이즈미 총리 특유의 '떠넘기기'의 전형이라고 꼬집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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