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한창인 1950년 늦가을, '전쟁이 났다더라'고만 아는 강원도 산골 동막골에 탈영한 국군, 퇴각 중인 인민군, 추락한 미군 전투기 조종사가 들어온다. 당연히 긴장감이 돌고 마을은 술렁댄다. 하지만 한없이 순박하기만 한 주민들 인심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총을 내려놓은 채 마을의 옥수수 걷이를 돕기도 한다. 그러나 국군 수색대가 와서 동막골 지역의 폭격을 예고하면서 상황은 급박해진다.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그들은 마을에서 멀리 벗어나 스스로 폭격기의 표적이 되기로 하는데….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웰컴 투 동막골'은 그런 이야기다. 연극, 영화, TV를 종횡으로 누비며 활동 중인 재주꾼 장 진(31)이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코믹 터치로 그려낸 동화 같은 비극이다. 산 아래는 포연이 자욱한데, 동막골 풍경은 동화 속 세상 같다. 극은 재미있고 우습고 서글프다. 관객은 웃느라 정신이 없다.
문제는 장진 식 웃음의 한계다. 그는 침전물이 잘 보이지 않는 휘발성 유머를 남발하고 있다. 엉뚱한 동문서답이나 말장난에 가까운 개그로 날렵한 재치를 자랑하지만, 그게 반복되다 보니 은근히 짜증도 난다. 전쟁의 우매함을 풍자하기 위해 일부러 가벼운 웃음을 애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장난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극중 인물인 작가가 배우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내가 만든 이야기니까 극중 인물들과 얘기도 한다"면서 느닷없이 뛰어든 작가에게 배우들은 "이 대목은 이렇게 연기해야겠지요?" "왜 중요한 역할은 다 남자가 하느냐"고 농을 건다. 이처럼 옆길로 새는 이탈은 기발하기보다 김빼기로 보인다. 극중 작가는 상황을 설명하고 이어주는 역할이지만, 극의 흐름을 자꾸 끊어버리는 부작용이 더 커 보인다. 그는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무대에 다시 나와 관객이 나름대로 생각할 몫인 메시지까지 일러주는 '지나친' 친절을 베풀고 있다.
이 연극은 스타들이 참여해 더 화제가 됐다. 영화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의 신하균 정재영, '이것이 법이다'의 임원희를 비롯해 코미디언 임하룡, 연극계의 관록파 배우 윤주상,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장영남 등 진용이 화려하다. 그러나 결과는 불만스럽다. 신하균 정재영 임원희의 연기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굳이 스타를 기용한 이유를 모르겠다.
무대만이 갖는 현장감과 에너지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쉽다. 그럴 바엔 TV나 영화를 보는 게 낫지 않을까.
LG아트센터는 이들 스타의 출연료를 포함해 제작비로 4억원을 썼다고 한다. 대학로에서는 그 돈의 10분의 1로 배우가 살아있고 무대가 살아있는, 연극다운 연극을 만들기도 한다. 스타의 존재가 작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건 아니다. 공연은 29일까지. (02)2005―011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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