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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김정일 위원장의 "求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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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김정일 위원장의 "求愛"

입력
2002.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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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제 뉴스의 중심에 있던 사람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그리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일 것이다.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북한의 진의를 분석하고 이해하기란 참 쉽지 않다. 농축우라늄 핵 개발계획 시인으로 시작된 핵 위기와 서해 교전, 북일 정상회담, 신의주·개성 특구 발표, 7·1 경제개혁 조치, 아시안 게임 참가 등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들이 뒤섞여 발생했다.

올들어 북한은 갈 데까지 다 간 것 같은 느낌이다. 꺼낼 것도 다 꺼내 놓았다.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다분히 '도발적'이다. 10월 초 미국의 제임스 켈리 대북 특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우라늄 핵 개발계획 시인과 최근의 일방적인 핵 동결 해제 선언이 그런 성격이다. 미국이 지켜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스커드 미사일을 배에 싣고 가 예멘에 판매하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도발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도발이란 상대방의 대응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것이다. BBC 방송은 북한의 핵 동결 해제 선언 분석 기사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 제목부터 '주의를 끌기 위한 북한의 핵 탄원'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자, 우릴 쳐다 봐. 우리는 아직 여기에 있어. 우리는 아직 위협적이야. 우리를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우라늄 핵 개발계획을 적극적으로 시인했을 때 "북한은 일부러 남의 집 유리창을 깨고 처분을 기다리는 아이와 같다"고 비유한 적이 있다. 비슷한 시각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에게 '협박적 구애(求愛)'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수적인 부시 행정부는 출범부터 북한에 대해 클린턴 전 행정부와 상반된 정책을 구사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핵 선제공격 대상국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문을 꽁꽁 닫아버렸다.

김 위원장은 체제를 지키면서 '상전벽해'를 이룬 중국을 모델로 삼고 있다. 경제개혁 조치를 내리고, 곳곳에 특구를 만들고,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엄청난 경제적 보상을 바라고 있다. 궁핍과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이 문을 닫고 있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북한식 해법이 바로 '집적대기'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미국이 북한을 적대국으로 삼고 약속한 중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 제네바 핵 합의를 먼저 깼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착한 일을 하지 않는 한 사탕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 둘 사이에 끼어 어정쩡하고 난처한 입장이다.

내년에는 어떨까. 위기가 고조될수록 대타협의 기회는 의외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점을 넘으면 종점이 가깝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의 체면 살려주기 과정을 거쳐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은 순진한 희망에 불과할까. 북한은 그들의 모든 수사(修辭)와 핵 카드가 어떻든,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고립의 빗장을 열고 싶어 한다.

한 기 봉 국제부장 kib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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