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경기가 썰렁해지면서 내수주도주로 각광받아온 유통· 카드주들이 기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이들 내수주를 견인해온 소비심리는 최근 금융권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연체관리를 강화하면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는 산업자원부가 11월 한 달간 백화점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고 최근 밝힌 데서도 잘 드러난다. 12월에는 아예 마이너스 3.8%로 매출 감소세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여 유통·카드주들의 겨울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경기는 부동산 투기억제정책과 가계대출 규제 등의 악재를 만나 상당히 위축되고 있음이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할인점의 매출 증가율은 그동안의 고도성장을 접고, 지난달 2.4% 상승한데 이어 이달엔 0.3% 증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도시 근로자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과 평균 소비성향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심상치 않다.
카드·유통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주가도 빠지고 있다. 국민카드는 전날 6.5% 하락한데 이어 17일에도 약보합(3만20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백화점은 3일 2만9,500원에서 이날 2만3,000원으로 보름 만에 25% 가량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관련종목의 투자의견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민카드 올해 순손실 전망
'연체율 증가'의 직격탄을 맞은 카드업계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카드의 신용카드 자산은 10월 17조7,000억원에서 11월 17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감소했다. 11월 누적순이익도 10월(2,659억원)에 비해 1,044억원이나 감소한 1,615억원에 그쳤다. LG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이에 대해 "신용카드 자산이 감소한 데다 대환대출(만기가 도래한 대출금을 새로운 금리조건으로 빌려주는 것)을 포함할 경우 연체율이 13.67%까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일부 신용카드 연체율 급증에 대한 우려가 희석되고 있지만,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용 금액 자체가 절대적으로 많아 내년 실적이 나아질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국민카드의 순이익을 251억원 순손실로 추정하고 목표가격을 2만6,7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내렸다. 투자의견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조정했다.
삼성증권도 국민카드의 11월 연체율이 전월 대비 1.0%포인트 높은 9.3%를 기록한데다 30일 미만 연체율은 1.5%포인트나 상승, 연체율 증가 및 실적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당초 신규 연체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연체율이 늘고 있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안정적인 실적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심리 2분기 이후 회복
전문가들은 유통주의 경우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 많지만, 소비심리가 계속 나빠지고 있어 당분간 주가가 탄력을 받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증권 이창호 연구원은 유통업종에 대한 2개월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했다. 개인 신용리스크 증가와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라 소매경기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침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도 소비심리 둔화를 이유로 유통업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홍성수 연구원은 "장기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가치는 현 주가보다 높지만, 업황 모멘텀 부재로 당분간 주가상승이 힘들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안에 소비심리가 상승세로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 LG홈쇼핑, CJ홈쇼핑 등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가 이미 예견된 정책인데다 내년 2분기 이후 소비가 회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중장기적인 매수기조는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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