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21)는 올 4월 첫 힙합 음반에 제미나이(Gemini)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성격이 상반된 쌍둥이 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별자리이기도 하지만 R&B와 힙합으로 각각 음반을 낸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시간이 흐른 뒤'가 실린 R&B 1집은 가수 t를 세상에 알렸고 타고난 음색 덕에 30만장 넘게 팔렸다. 힙합 음반 판매는 R&B의 1/3 정도였지만 걸출한 여성 래퍼 t의 매력을 새삼 일깨웠다. 일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8개월 뒤 t는 R&B 2집으로 돌아왔다.R&B와 힙합 각각 한 번씩 해보고 난 그는 둘 사이의 간격을 좁힌 것이 틀림없다.
"여전히 싱어보다 래퍼라 여긴다"던 8개월 전과는 달리 이제는 노래 부르는 일도 훨씬 편해졌다. 1집에 비해 자연스럽고 여유로워진 목소리가 그 증거다. 1집에서는 보컬 디렉터를 따로 두고 꼼꼼한 지도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혼자서, 내키는대로 불렀다.
"나만의 필(느낌)에 모든 것을 맡겼다"는 설명이다. 타이틀 곡 '투 마이 러브'는 '시간이 흐른 뒤'에 비하면 기교가 별로 없는 듯하지만 "정확하게 짜여져 있는 것보다 느끼는 대로 부르는 것이 실은 더 고난도의 테크닉"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 그게 더 쉬워요"라는 솔직한 덧붙임과 함께.
R&B에 대한 태도도 훨씬 자유로워졌다. "치마를 입고서도 얼마든지 힙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의 자연스런 연결이다.
새 음반의 노래들은 t가 가장 아끼는 '비커즈 아이 러브 유'를 만든 박선주 작곡의 '선물' 등 대부분 부드러운 노래들이다. 꺾고 풀고를 자주 하는 여느 R&B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다. 1집이기에 가능했던, 목소리가 주는 참신함은 이제 없는데 너무 심심한 건 아닐까. 서른 개가 넘는 곡을 받아놓고 14곡만 음반에 수록한 그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부르는 사람의 필이 있는 노래는 심심하지 않아요" 한다. 귀 기울여 보면 변화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힙합을 할 때는 안그런데 R&B는 노래마다 목소리가 달라지거든요." 사랑 속에서 하염없이 슬퍼하는 투의 노랫말에도 변화를 주었다. 그가 작사에 참여한 '찬 바람아!'와 '너'는 살아가는 얘기, 실제 했던 생각들을 담고 있다. "R&B는 슬픈 음악이지만 무조건 연약하고 한 없이 기다리는 여성처럼 부르긴 싫다"고 한다.
언젠가는 R&B와 힙합을 음반 한 장에 담을 생각이다. 이미 외국에서 많은 이들이 시도하고 있듯, R&B와 힙합은 닮을 여지가 많은 음악이다. 한국 가수로는 두 가지를 다 잘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재능의 소유자인 만큼 선명하게 드러낼 때를 기다린다. 20, 21일 워커힐 호텔의 콘서트가 그 시작이다. 힙합 음반 때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갖지 못했던 무대라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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