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수능란한 글로벌 마케팅 전략으로 해외시장을 파고 들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이들 기업은 해외 현지의 사정에 정통해 틈새시장을 찾아냈고, 기술개발과 브랜드의 가치를 여느 기업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강한 중소기업 23개사의 노하우를 모은 '중소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성공사례'라는 책자를 발간, 이들의 성공전략을 소개했다.
매년 1,00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거뜬히 올리는 이레피혁 김혜경 사장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바이어가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손이 많이 가는 소량의 주문도 언제나 군말없이 처리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문량이 적다고 해서 마진을 높여주는 바이어도 없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바이어들의 믿음은 이레피혁이 외환위기 때에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으며, '선적 3개월 뒤 100% 현금 결제'라는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화인코리아는 삼계탕과 오리통조림을 수출하는 기업이다. 삼계탕을 수출하게 된 계기는 삼계탕 수요의 특징 때문이다. 6, 7, 8월이면 일손이 모자라 삼계탕을 못만들어낼 정도인데 그 기간이 지나고 나면 공장을 임시 휴업해야 할 정도로 불경기가 닥친다.
그래서 나원주 사장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나 사장이 지금까지 '삼계탕 샘플'을 싸들고 돌아다닌 나라는 30여개국. 그곳의 우리나라 동포와 중국·일본인의 삼계탕 수요가 만만치 않자, 나 사장은 '치키더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수출 158만달러에 이어 올해는 200만달러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세계 50여개국에 복사기 카트리지 재생상품을 판매하는 백산OPC가 처음 해외 시장을 두드린 90년대 중반만 해도 이 회사의 기술력은 일본보다 10년, 독일보다 5년, 대만보다 3년 뒤졌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백산OPC는 '밥값을 제외한 모든 수익을 기술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과 함께 '직거래'를 시도했다.
백산OPC의 직거래란 바이어를 통하지 않고 복사기 관련업체에 직접 물건을 대는 방식. 김상화 사장은 "바이어는 수십개의 복사기 업체를 거느리기 때문에 수출품 하나가 잘못되면 우리는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며 "1대1 직거래는 과정이 까다롭지만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클레임의 파장도 적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백산OPC는 카트리지 재생상품의 종주국인 일본에서 시장점유율 50%를 기록하고 있다.
패션의 메카인 유럽공략 출사표를 던진 핸드백 전문기업 에프이상사의 강점은 현지화 전략이다. 에프이상사는 98년 중국 고천지방에 공장을 세우고 근로자를 모집했는데 예상의 4분의 1에 불과한 70여명만 채용할 수 있었다. 당장 2,000명이라도 뽑을 수 있다는 중국 당국의 장담이 완전히 빗나간 것.
유승열 사장은 "까다로운 채용심사가 현지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며 "그나마 채용한 70명도 대부분 아주머니와 할머니였다"고 술회했다. 유 사장은 당장 돼지 20여마리를 잡아 잔치를 벌여 그들을 달랬다. '돼지고기 작전'은 맞아떨어져 중국인들이 앞다퉈 에프이상사 공장으로 몰려들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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