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사흘 앞둔 16일 회사원 김현유(26)씨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투표일 전날 밤 친구들과 함께 스키장에 가기로 한 계획을 연기했다. 투표를 안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지만 무엇보다 지지 후보의 당선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박씨는 "4명 중 2명이 투표를 하겠다고 해 일정을 연기했다"며 "아침 일찍 투표한 후 스키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행락은 투표한 다음에'
대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젊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투표하고 놀러 가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막판 혼전 양상이 연출됨에 따라 유권자의 마음이 투표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투표일 전후로 출발키로 한 여행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00여명의 회원이 소속된 '시민산악회'는 모든 준비를 마쳐놓았던 19일 소요산 암벽 타기 일정 자체를 아예 취소했다. 산악회 안철제(安哲濟·40) 부회장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일정을 취소하면 어떻겠냐는 문의를 많이 해왔다"면서 "비록 산행을 못하지만 회원들의 투표 참여로 우리나라가 그만큼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진솔 조기 축구회'도 '회원 모두 투표에 참가하자'는 뜻에서 공휴일 오전 7시에 축구를 시작한다는 철칙을 깨뜨리고 오전 9시로 시간을 변경했다.
■예약 취소, 연기 문의 잇따라
20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4박5일(18∼22일)이라는 황금연휴가 이어지기 때문에 90%대의 예약률을 기록중인 스키장, 리조트, 온천 등에도 예약취소나 연기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는 선거일 전날 출발키로 한 스키수업을 20일로 연기했다. 전북 무주리조트의 경우 17, 20일은 100%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지만 18, 19일엔 과거 선거때와 달리 방이 남아돌고 있다. 한 리조트의 예약 담당 직원은 "예약을 연기할 수 있느냐는 고객들의 전화가 최근 들어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투표도 하고 행운도 챙기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이벤트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 여행사 '웹투어'는 19일 투표하고 출발하는 '석모도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투표를 한 뒤 손등이나 종이에 기표 도장을 찍어오면 여행비를 10% 할인해 줄 것"이라며 "젊은층 중심으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인터넷 쇼핑몰 업체는 선거 당일 '투표하고 쇼핑하자'는 행사를 진행, 한 표를 행사한 고객들에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줄 계획이다.
대학생 부재자 투표 운동을 벌여온 '서울대 부재자 투표소 설치운동본부'도 '19일 꼭 투표하자'는 내용의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친구들에게 보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현수(朴炫洙·20) 본부장은 "말만 많고 소중한 주권은 행사하지 않는 젊은이의 모습을 이번 선거에서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