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중이던 대기업 총수들이 16대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투표를 앞두고 속속 귀국하고 있다.대기업 총수들은 연말이면 으레 국내보다 해외에서 새해를 맞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는 상당수 총수들이 대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대선후 정국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 방안도 마련하기 위해 국내에 머물 움직임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일본 체류중 일시 귀국했다 다시 출국한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은 선거 전날인 18일이나 당일인 19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아직 귀국 이후 재출국 일정을 잡지 않고 있어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분석하고 새해 경영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모로코에서 열린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한 뒤 유럽 지역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벨기에 등지에서 머물고 있던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도 18일께 귀국해 투표에 참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투표를 마치고 주말을 보낸 뒤 24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소나타 택시 출시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해외지사를 돌아보기 위해 15일 홍콩으로 출국한 박용오(朴容旿) 두산 회장은 18일 일시 귀국해 투표를 하고 주말을 보낸 뒤 23일 다시 중동 지역 출장 스케줄을 잡아놓고 있다. 박 회장은 대선 선거일이 잡히자 마자 대선일을 피해 출장 스케줄을 잡도록 실무진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동남아 지역 해외법인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한 유상부(劉常夫) 포스코 회장도 일정을 단축해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구본무(具本茂) LG 회장은 지난 9일부터 일주일 동안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해외출장 일정을 잡지 않고 있고, 매년 해외 사업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던 손길승(孫吉丞) SK 회장도 5일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이후 아직 해외 출장 계획이 없다. 그러나 9월 국정감사전 개성공단 조성을 위한 외자유치 명목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현대상선의 4,000억원 대북 지원 의혹에 휩싸인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은 귀국이 힘들 전망이다.
재계는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기업 경영 환경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겉으론 잠잠하지만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사석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며 선거 결과를 걱정하는 분위기. 재계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 대한 재계의 관심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높다"며 "누가 당선되든 경제가정치에 휘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게 재계의 한결 같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선거 다음날인 20일 회장단 송년간친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선거 결과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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